본문 바로가기

Repositorium/Interest

그림형제의 그림동화 뒷얘기 – 늑대가 악의 전형이 된 이유

 

야콥 그림과 빌헬름 그림은 이름보다는 그림형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림형제가 쓴 동화는 원 제목보다 그림동화로 더 유명하다.

그림형제는 독일을 비롯해 유럽의 구전동화, 민담을 수집해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옛날이야기』란 책으로 출판하였는데, 여기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늑대와 일곱 마리 새끼 양> <빨간 모자> <백설공주> <헨델과 그레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브라멘의 음악대> <엄지공주> < 황금거위> 등 제목만 봐도 동화 속의 장면이 연상되는 작품들이다.

그리고 대부분 동화들이 그렇듯이 그림동화 속의 작품들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권선징악을 보여준다. 오늘 살펴 볼 동화 <늑대와 일곱 마리 새끼 양>도 그렇다.

 

 

그림동화의 뒷얘기

우리가 알고 있는 <늑대와 일곱 마리 새끼 양>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동화는 못된 늑대는 어린 양을 잡아 먹은 죄로 어미 양의 복수에 의해 우물에 빠져 죽는 것으로 끝난다.

그럼 동화를 읽는 어린이들은 늑대를 어떻게 생각할까? 동화를 읽어 주고 설명해 주는 부모님들은 늑대를 어떻게 설명할까?

분명히 못된 짓을 하면 늑대처럼 마지막에는 벌을 받는다고 가르칠 것이다. 그리고 은연 중에 늑대라는 동물은 모든 사람들에게 악의 전형으로 인식되었다. 아마도 그림형제의 <늑대와 일곱 마리 새끼 양>이 지대한 공을 하였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독일의 민속학자가 구전동화의 여러 자료를 비교 검토한 끝에 <늑대와 일곱 마리 새끼 양>의 앞 부분을 찾아냈다.

 

 

 

 

늑대가 악의 전형이 된 이유  

원래 그림형제의 쓴 동화는 창작동화가 아닌 옛날부터 전해온 전래동화, 민담 등을 각색하여 만든 글이다. 그래서 그림동화의 내용은 구전동화와 다른 경우가 많다. 새로 고쳐 쓰거나 구전되는 이야기를 빼버린 경우도 있다.

위에서 살펴 본 <늑대와 일곱 마리 새끼 양>도 구전동화의 앞 부분을 없애 버리고 늑대가 새끼 양을 잡아 먹는 부분만 각색하여 그림동화에 실은 경우다.

 

그런데 삭제된 앞 부분을 보면 의문이 생긴다. 늑대가 양의 새끼를 잡아 먹은 이유는 앞 부분을 보면서 이해가 되었지만 그럼 양은 왜 아무 죄 없는 새끼 양을 괴롭혔을까?

동화의 원형을 찾은 민속학자의 분석은 이렇다. 양은 우리에 갇혀 사육되는 존재이나 늑대는 자유롭게 사는 존재다. 그래서 양은 자유와 해방을 갈망한 나머지 자기에게 없는 것을 가진 늑대를 시기하고 미워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마도 예전부터 핍박 받아온 유럽 평민(농민)들의 심정을 표현한 민담이 구전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그러면 왜 그림형제는 앞 부분을 빼버려 늑대를 악의 전형으로 만들었을까?

여기에는 당시(19세기 초)의 시대적 배경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당시는 독일의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시민사회가 형성되는 시기로 구전동화의 내용이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맞지 않다 생각한 그림형제는 이야기의 앞 부분을 없애고 그림동화 속의 <늑대와 일곱 마리 새끼 양>의 모습으로 각색하였다는 것이다.   

 

하여튼 그림형제는 각색한 동화에서 늑대를 악의 전형으로 만들었다. 어쩌면 그림형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인간이 사는 곳에는 원래 늑대처럼 나쁜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