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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History

태조 이성계의 취미는 꽃 가꾸기

 

고려의 무장이었던 이성계는 1392년 왕위에 오른 후 재위 기간인 6 2개월 동안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임금이 된 후에도 고려왕조의 추종세력과 현 정권의 불만 세력들이 반란을 일으킬 수 있어 늘 마음이 불안하고 무거웠다.

그리고 1398년 제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나자 왕위를 방과에게 양위하였고, 1400년 방원이 즉위하자 상왕에서 태상왕이 되어 은거생활로 남은 여생을 보냈다. 비록 조선을 창업한 임금이지만 이성계의 일생은 피비린내 나는 전투와 혈족간의 살생을 지켜봐야 하는 평탄치 만은 않은 일생이었다.

 

 

 

이러한 이성계에게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 준 고마운 대상이 있었으니 바로 꽃 가꾸기였다.

평생을 칼과 함께한 무장 이성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이성계의 일생을 생각하면 한편으론 이해가 가는 취미이기도 하다.

 

 

태조 이성계의 취미 꽃 가꾸기

태조 이성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은 활이나 사냥에 관한 것이다. 왕위에 오르기 전 대부분의 시간을 전쟁터에서 보냈으니 어쩌면 꽃 보다는 활이 더 어울리는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성계는 왕위에 오른 후에는 더 이상 활을 잡지 않았다. 이성계가 왕위에 오른 14세기 말은 정치. 사회적 모순이 극에 달한 시기였으며, 국제적으론 새로운 왕조의 시작하는 시기에 정도전의 요동정벌 계획이 명나라에 알려져 양국의 관계가 극도로 냉각되었다.

 

 

 

이처럼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에 밤낮으로 고민하고 있는 이성계의 마음을 헤아린 이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환관 김사행이었다.

김사행의 권유로 찾아간 팔각정은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하였다. 전각을 중심으로 꾸며진 크고 작은 꽃밭에 갖가지 모양과 색깔의 예쁜 꽃들이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성계는 마치 극락에 온 기분이었으며 팔각정을 둘러보고 온 그날 밤, 모처럼 단잠을 잘 수 있었다.

그 후 이성계는 김사행에게 낡은 팔각정을 수리하게 하였으며, 임금의 소재를 알 수 없는 일일 종종 벌어졌다. 그 날은 두 사람이 궁궐을 벗어나 팔각정 화원으로 향한 것이다.

 

 

수국으로 장식한 꽃상여를 타고 떠난 이성계

이성계가 총애한 계비 강씨가 갑자기 병사하자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방원이 강씨의 죽음을 계기로 정계 복귀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이를 눈치 챈 정도전은 진법훈련이란 명분으로 왕족들이 거느린 병력을 국가에 귀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방원을 비롯한 정비 한씨 소생 왕자들의 군사력을 빼앗아 왕권 도전의 불씨를 원천 봉쇄하려는 계산이었다. 위기에 몰린 한씨 소생 왕자들은 이성계가 병으로 누워 있을 때 병력을 동원해 정도전 일파와 이복동생인 강씨 소생의 방번, 방석을 제거한다. 1차 왕자의 난이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왕자의 난으로 방원(태종)이 왕위에 오르자 이성계는 한양을 떠나 소요산과 함주(함흥) 등지를 오가며 분노를 삭이려 애썼다. 왕조를 창업하였지만, 자식들이 왕위를 두고 펼친 골육상쟁을 두 번이나 목격한 이성계는 수국이 만개한 1408 5 24일 세상을 달리했다.

 

 

 

창덕궁 별전 후원에 수국이 탐스럽게 피었다.

꽃의 아름다움을 좋아한 이성계가 원각사에서 얻어다 심은 수국이었다. 불교를 탄압했던 이성계의 장례는 불교 의식으로 행해졌다. 수국으로 장식된 태조 이성계의 꽃상여는 한 많은 이승을 떠나 영원한 안식처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