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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화려한 인맥이 곧 능력인 세상, 그 절정은 낙하산

 

인맥이 능력인 세상

20여년 전, 인사부로부터 문서가 도착했다. 친인척 중 고위 공무원이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가 있으면 적어 내라는 것이었다.

당시 친인척 관계는 어디까지이며 아는 관계정도는 어느 선을 말하는 것이냐며 직원들끼리 설왕설래 했었다. 승진을 앞 둔 직원들은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굵직한 인맥을 캐느라 업무가 뒷전이 되기도 했다.

직원들이 적어 낸 자료는 단순 수집용이라 했지만 두루두루 능통한 활용용이란걸 모두 알고 있었다.

 

<사진출처 : 이투데이>

 

 

어떤 회사의 인사관리 담당자가 말하길 회사들이 주요 대학 출신의 우수한 학생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뛰어난 능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인맥까지도 가져 올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통상적으로 우수한 인력은 우수한 인맥을 가지고 있는데  혈연은 물론 학연, 지연등 모든 관계가 인맥에 포함된다고 그는 말했다. 

회사는 이득 창출이 목적이니 인력의 숨겨진 능력까지 끄집어내서 활용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그렇지못한 이들에 대한 차별이며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다.

 

 

인맥이 낳은 괴물, 낙하산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아 활동 영역이 제한적인데 지역감정까지 겹쳐 내가 원하지 않아도 특정 지역에서의 활동이 원만하지 않거나 심할 경우 금지 당할수도 있다. 

혈연이나 학연도 마찬가지이다. 능력보다 대물림을 당연시하고 기업을 개인 소유물처럼 인식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믿을 사람은 '혈연'뿐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내 자리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학교 선후배로 울타리를 쳐야 나도 보호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선후배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 주는 정서가 강하다. 

 

<사진출처 : 아주경제>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는 낙하산이라 불리었다. 윗선의 입김으로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한자리 차지했다는 뜻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낙하산 당사자는 다른 이들의 구설에 오르면서 조직 생활을 견뎌야 하는데 사주의 친인척인 경우는 오히려 세를 과시하며 당당하게 자신을 나타낸다. 하지만 장그래처럼 어줍잖은 낙하산은 그를 향한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만 한다. 

누구는 죽을 고생해가며 들어 온 자리를 그저 문 열고 들어오듯 쉽게 들어 온 낙하산에게 고운 시선을 보내기가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작은 개인사업을 하는 사장이 얼핏 하는 말을 들으니 아직도 여전히 우리나라는 내가 가진 인맥의 수준만큼만 사업이 가능한 나라라고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수도 있지만 무슨 말인지 공감대가 느껴지는 말이기도 하다.

아마도 상당히 오랫동안 인맥에 대한 정서는 변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인맥동원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못하는 이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