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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자연의 순리는 받아들이는게 진리

 

신문을 끊으신 아버님

86세가 되신 아버님께서 보시던 신문을 그만 끊고 싶다고 하신다.

이유는 이제 신문을 읽어도 문맥이해가 떨어져 읽었던 곳을 읽고 또 읽게 된다며 파지로 쌓이기만 하니 그만 넣으라고 보급소에 전화하라고 하셨다.

아버님은 담담하게 말씀하시지만 선뜻 알겠다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민에 빠졌다.

 

 

 

어릴 적 귀한 4대 독자로 자라시면서 온갖 좋고 귀한 음식들은 많이 드셨던 아버님은 평생 감기 몇번 걸리지 않았고 병원에 가신 적이 10번을 넘지 않을정도로 건강 체질이시다. 

스스로 음식조절 잘 하시고 운동도 알맞게 잘 하셔서 당신도 다행이시지만 자손들도 편했다.

그런데 스스로 신문보기를 포기하실 정도면 꽤 오랫동안 당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 관리 관찰을 하신 후에 말씀하시는거라는 생각에 그냥 사진이라도 보시라고 말씀드려도 통할리가 없음을 안다.

일단 신문은 끊었고 신문을 대체할 뭐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오랫동안 취미로 삼았던 낚시 생각이 나서 낚시 관련 잡지를 알아보려 서점에 갔다. 처음 보는 낚시 잡지들을 보다가 그나마 사진이 많은 잡지책을 골라서 우편으로 보내 드렸다.

 

 

자연의 순리는 받아들이는게 진리

의미있는 숫자 암기에 나름 강하다고 자부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계산기에 기대고 메모나 저장된 전화번호가 아닌 단축키에 의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나이탓을 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지는 경우가 늘었다. 갱년기가 되면 점점 두뇌가 굳어지는거라며 또래 지인들은 만나면 농담처럼 말을 건네지만 기분은 유쾌하지 않다.

자연의 순리인 나이듦을 불어오는 바람처럼 그저 머리카락 몇 줄 날리는 흔들림쯤으로 받아들일수는 없는건지.  옛 시인들이 모두 하나같이 청춘이 지나감을 노년의 중심에 있음을 한탄하고 아쉬워하는 노래를 왜 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것 같다. 

 

 

인생은 매 순간이 의미있는 선택의 연속이다.

나의 노년은 계획대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하는 수없는 선택의 결과물이 될 것이니 지금 현재에 충실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