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에 찾아 온 말기암

작년부터 체중감량이 급격해 병원진료를 재촉했지만 바쁜 농사일을 핑계로 미루던 K씨는 엄청난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아내와 자식들은 서울 큰 병원에 가서 다시 진료를 받기로 하고 상경해 검사를 하니 췌장암 말기에 다른 장기에까지 암이 번진 상태이고 지금 당장 병원에서 해줄만한 것은 없다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었다.

 

 

 

검사가 끝나고 하루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K씨는 아내와 앞으로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집으로 내려가서 생각해 보기로하고 퇴원을 서둘렀다.

하지만 누님들이 간곡히 퇴원을 말리는 와중에 감정이 격해진 K씨와 언성이 높아졌다. 당장 입원하고 항암치료를 하라는 누님들은 고집스레 퇴원을 고집하는 동생이 섭섭하셨던 모양이다. 옆에서 불구경하듯 서 있는 올케까지도 말이다.

집으로 내려간 K씨는 아무일 없다는 듯 모내기 준비를 위해 이것저것 일감을 붙잡았고 그것을 보고 있는 아내도 실은 마음이 혼랍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할 일은 많은데 도무지 무슨 일을 먼저 해야 할 지 모르겠고 앞으로 무슨 대비를 해야하는지 머릿 속은 하얗기만 하다.

 

 

그리고 떠나는 짧은 봄 여행

그러다 지방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고 치료를 시작하려 했는데 일주일만에 퇴원을 결정하게 되었다.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다는 K씨의 의견 때문인데 암환자인 K를 괴롭히는 주변인들의 배려없는 관심때문이기도 하다.

병원에 입원한 K씨에게는 그의 안부를 걱정하는 수많은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 오고 병문안을 오는 이들도 많았다.

이들은 주로 친인척과 이해 관계인들인데 이들의 전화는 눈물을 동반한 경우가 많았고 방문객들은 암에 좋다는 이런 저런 약재와 음식들을 가져 왔다. 이들의 정성과 관심을 다 받아주고 응대하기엔 K씨의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K씨가 하고 싶은 것은 마지막을 잘 정리하고 싶은 것인데 병원에 있으니 마음이 더 조급해 지는데다가 병원의 말도 들어야하고 가족들의 말도 들어야하니 더 힘들다. 이러다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아닌지....

당분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K씨는 아내와 함께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당장 봄에 필요한 농기구들을 주변인들에게 주고 논도 한바퀴 돌아 보았다.

 

 

그리고 짐을 꾸려 짧은 여행길에 올랐다. 올해 환갑을 맞는 지인의 오빠인 K에게 이번 봄의 느낌은 더욱 새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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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31 1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BlogIcon 달빛천사7 2015.03.31 12: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60대 환갑 나이면 젊은 나이죵 안타깝기는 하네염

  3. BlogIcon 생명마루한의원 2015.03.31 1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고 갑니다..ㅠㅠ

  4. 구름구름 2017.06.22 00: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외 지역은 모두 지방 이것이 얼마나 폭력적이면서 차별적인 말인가요?? 서울도 전국을 이루는 지방의 하나입니다.

    비수도권병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