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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지혜로운 이야기

조주선사의 화두 '끽다거' - 차 한 잔 마시고 가게나

 

조주선사의 화두 '끽다거(喫茶去)'

중국 당나라 때 조주선사는 차를 즐겨 마셨다.

어느 날 조주선사가 절을 찾아 온 승려에게 너는 이곳에 일찍 도착했냐고 묻자 승려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조주선사가 "그러면 차나 한 잔 마시고 가게나." 라고 말했다.

다시 어떤 승려에게 너는 이곳에 일찍 도착했느냐라고 묻자 그러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사진 출처 : 제주불교>

 

그러자 조주선사는 그러면 차나 한 잔 마시고 가게나 라고 같은 말을 했다.

이 말을 듣고 시중을 들던 이가 왜 같은 질문에 다른 대답을 했는데도 차를 마시라 똑같은 말씀을 하시냐고 묻자 조주선사가 그 말에 답하기를

"내가 그랬냐? 그러면 너도 차나 한 잔 마셔라." 라고 하였다.

 

 

끽다거 = 차 한 잔 마시고 가게나

불교에서 차(茶)를 준비하고 마시는 일은 선(禪)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수행과정과도 같다고 여길만큼 아주 중요한 의식으로 행해진다. 

고대 중국의 유명한 선사들을 비롯하여 학자들은 차(茶)가 정신을 맑게 하여 세상의 티끌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하고 참진리를 터득하게 한다고 하였다.

삼국지를 보면 중요한 인물들이 토론을 벌이거나 중대한 일을 도모할 때 꼭 정갈한 복장과 겸손한 자세로 차를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시 차(茶)에 대한 의미와 상징성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조주선사가 이래도 저래도 차를 마시고 가라 말한 것은 아마도 차를 통해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덕을 많이 쌓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보여진다.

 

 

차에 담긴 의미

중국에서 차를 마시는 문화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신농(神農)이 독풀을 먹고 정신이 혼미해져 쓰러졌는데 어디선가 푸른 잎사귀가 날아와 입술에 닿으니 정신이 들고 해독이 되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차는 단순히 향이나 맛을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정화해 주는 신비한 기운을 지닌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부처에게 예를 다해 차(茶)를 올리고 귀한 분에게는 존경의 뜻으로 차(茶)를 대접했다.

우리가 명절에 조상께 지내는 제사를 차례라 하는 것도 중국의 차(茶)를 올리는 제식에서 유래된 것이다. 

처음엔 귀족계급에서만 산조상에게 존경의 뜻으로 차를 올리던 것이 확대되어 돌아가신 조상에게까지 차를 올렸다고 하며 이후에 평민들에게까지 전파되었다.

그런데 차가 워낙 귀해 이를 대신해 술이 올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기호식품이 된 차(茶) 한 잔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가 향만큼이나 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