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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 - 사막 모래폭풍같은 사랑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

 

 

 

전신이 까맣게 그을린 사내가 거친 호흡을 한다. 사막의 낙타꾼들은 그의 온 몸을 천으로 감싸고 얼굴에 물에 젖은 거즈를 붙이더니 그 위에 햇빛를 가려줄 가벼운 덮개를 씌운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지만 여전히 전운이 감도는 전쟁터에서는 삶과 죽음이 교차되고 있다.

 

 

 

 

전세계의 사막을 돌아보고 지도를 만드는 알마시 백작은 사하라 사막에서 국제 사막 클럽의 회원으로 지도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 남편과 찾아 온 운명의 여인 캐서린은 그녀를 포함한 모두를 모래 폭풍같은 사랑에 몰아 넣고 말았다. 알마시도 캐서린도 거부하려고 애를 쓰지만 그럴수록 점점 서로에게 빠져드는 사랑은 마치 모래늪처럼 느껴진다. 

결국 캐서린의 남편이 이들의 불륜을 알게 되고 경비행기를 몰아 셋 다 죽음으로 몰아 넣으려 했지만 알마시 백작은 살아 남았다.

 

 

 

 

부분적인 기억을 상실한 알마시 백작은 종군 간호사 한나의 간호를 받으면서 그의 모래폭풍같은 사랑을 되짚어 보게 된다. 

자신이 사랑한 사람들은 모두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며 괴로워하는 종군 간호사 한나는 알마시 백작만은 살리고픈 간절함을 갖는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나타난 폭탄해체 전문가 킵과 의문의 방문객은 각각 전쟁의 상처로 괴로워한다.

 

 

사막 모래폭풍같은 사랑

운명처럼 찾아 온 사랑이지만 불륜의 굴레를 쓰고 생의 막바지에 괴로워하는 알마시 백작과 다시 찾아 온 사랑이 기쁘지만 불안감이 엄습하는 한나, 자신의 손가락을 절단케 만든 원수를 찾아 나선 복수의 화신 카라바지오.

전쟁 중에 서로 다른 자리에 서 있지만 얽히고 얽힌 이들의 삶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 세 사람은 비를 기다린다.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줄 시원한 빗줄기를 말이다. 그리고 비가 내린다. 슬픈 기억들을 지워주기를 바라며 내리는 비를 온 몸으로 맞는다.

죽어가는 연인을 안고 오열하는 남자 배우의 연기는 실제처럼 느껴져 가슴이 아렸으나 그들의 사랑은 처음부터 지뢰를 밟고 시작된 것을 어찌하랴.

 

 

 

 

광활한 사막, 경비행기, 남녀의 사랑....영화를 보면서 겹쳐 떠 오르는 영화가 있었다. 메릴 스트립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어딘가 분위기가 비슷해 보인건 경비행기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때문인가 보다. 

처음엔 발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모래알들이 간지럼태우듯 부드러운 사랑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발이 푹푹 빠지자 멀리서 다가오는 모래폭풍을 피하지 못하고 말았다.

환영받지 못하고 죽음으로 끝난 이들의 사랑, 이들은 후회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