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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황정민의 영화 '히말라야' - 해발 8,750미터, 너를 거기에 둘 수 없구나

 

황정민의 영화 '히말라야'

 

해발 7-8천 미터쯤 되면 숨이 턱에 차서 헉헉 거리고 다리 한짝이 천근 만근처럼 느껴지는 고통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엄홍길 대장의 말이 알듯도 모를듯도 하다.

그러나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산에 중독되면 산에서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박무택, 이 사람이 산에서 내려 가길 거부(?)한 이유를 알 것도 같다.

 

히말라야 칸첸중가 등정을 앞두고 대원들을 정비하던 엄홍길 대장 팀에 어리바리한 대원 무택이와 정복이가 들어 온다. 아직 미숙하지만 열정이 있는 이들을 엄대장이 눈여겨 본 것은 순수함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모름지기 산은 머리 좋고 계산 잘 하는 사람보다 산에서 즐겁게 놀 줄 아는 무택이나 정복이 같은 인간을 더 반길테니 말이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같이 떠나자는 무택의 제안을 거절하지 말았어야 했다. 엄홍길 대장 없이 에베레스트 등정을 마치고 하산 하던 무택과 정복은 사망하고 만다.

기상악화로 구조대를 보내지 못한 동료들과 엄대장은 자책감에 괴로워 하다가 죽은 이들을 찾아 나서기로 하고 팀을 다시 꾸린다.

 

등정이 아닌 시신 수습을 위해 산에 오르는 것이다.

 

해발 8,750미터, 너를 거기에 둘 수 없구나

수많은 산을 함께 등정하면서 생사고락을 같이 한 동료 대원들. 이들의 감정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산에 묻힌 채 둘 수 없다는 엄대장의 마음도 이해되고 산에 묻힌 채 두라는듯 꿈쩍이질 않으려는 무택의 시신에서도 마음이 읽혀진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말이다.

찢어지는 가슴으로 그곳에 무택을 묻기로 하고....

 

사실 이 영화는 극한의 재난 영화도 아니고 인간승리의 휴면 영화도 아니다. 그래서일까 극한의 추위와 싸우며 산을 오르는 장면에서는 그 상황을 공감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기슬적인 부족함인지 연기력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이 맺어준 인연으로 뭉친 산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