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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토마스 제인의 영화 '미스트' - 안개 속에서 들리는 공포스런 비명

 

토마스 제인의 영화 '미스트'

 

안개가 마을을 뒤덮고 눈 앞에서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비명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사람들.

궁지에 몰린 사람들은 괴물을 뚫고 나가 구조를 요청할 것인지 이 자리에 남아 신의 뜻을 기다릴 것인지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벌인다. 누구의 판단도 비난할 수 없지만 나의 안전을 위협하는 무모한 행동도 용납할 수 없다.

그렇게 예민해진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그저 잠깐 깔리는 안개이려니 했는데 스멀스멀 깔리는 안개에 데이빗은 기분이 나쁘다. 그렇게 틀리지 않은 예감은 불행한 사태에 직면해 있음을 곧 알려 주고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만다.

어린 아들과 마트에 의도치 않게 갇힌 데이빗과 마을 사람들은 유리창 너머에 괴물이 있음을 인지하지만 속수무책이다. 심지어 유리창을 깨고 들이 닥친 황소만한 곤충에 사람들은 집단으로 멘붕에 빠진다.

이젠 코 앞에 닥친 죽음을 그저 고통 속에 받아 들여야만 하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지금의 상황이 신의 저주이며 징벌이라 주장하는 여자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실리는 이유는 자의든 타의든 산 사람이 희생되면 잠시나마 조용해 지기 때문이었다.

결국 희생자를 골라내 괴물에게 던져 주자는 여자는 피로써 신께 용서를 빌어야 한다는 얼토당토 않은 말을 지껄여 되지만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은 여자의 말에 현혹되고 그들을 비난할 자는 아무도 없다.

 

누구도 지금의 상황을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도 이해시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저 바람 앞 촛불 마냥 흔들리고 또 흔들리며 공포에 떠는 사람들.

 

안개 속에서 들리는 공포스런 비명

재난에 가까운 사건 사고에 직면하게 된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처음엔 똑같다. 살아야 한다는 살고 싶다는 본능이 앞서지만 이내 이 상황이 견뎌낼만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공포와 두려움에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면서 절규하다가 현실(?)을 받아 들이는 경우와 어찌됐든 이곳을 벗어나야만 한다며 행동력을 보이는 사람들. 

영화들에서는 곧잘 후자의 편을 들어 주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아서 흥미로웠다.

 

상상초월의 크기와 파괴력 그리고 완전 비호감 캐릭터로 등장하는 괴물의 모습이 새로운 영화는 아니다.

공포에 직면한 인간들의 심리묘사와 대응력등을 보는 게 관전포인트일게다.

 

이 영화가 SF 스릴러 영화임에도 마지막 장면에 안전한 귀가(?)를 허락하지 않은 감독의 의도가 이해되기도 하지만 해피엔딩을 바라는 관객들에겐 상당히 아쉬움을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