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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디데릭 에빙어 감독의 영화 '마테호른' - 기억 속에 갇힌 남자와 추억 속에 갇힌 남자

 

디데릭 에빙어 감독의 영화 '마테호른'

 

기억을 잃고 길을 헤매는 남자와 추억 속에 갇혀 방황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누가 누구를 위로하고 더 행복한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건 둘이 있어 행복은 두 배가 된다는 것이다.

결혼을 선언한 이 남자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풍경으로 그림처럼 펼쳐진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그 남자가 언제 들어섰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모범 시민 프레드의 눈에 띄인건 그가 들고 있는 기름통 때문이었다.

분명 어제 기름값을 주었는데 또 다른 사람에게 기름값을 구걸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프레드는 사기 당한 기분이 들어 사내에게 다짜고짜 다가가 면박을 준다. 어제 준 돈을 내 놓으라고.

알 수 없는 표정의 남자는 돈 대신 정원과 마당 정리 일을 시작하는데...

 

한 마디 말도 안 하는 남자에게 어쩌다가 저녁까지 먹이고 잠자리까지 제공하게 되었는지 프레드도 한숨이 나지만 마음 한 켠은 마음이 꽉 차는 느낌이 든다.

정말 오랜만에 절간같던 집 안에 초대하지는 않았지만 손님이 왔으니 말이다. 시계바늘처럼 타이트한 생활을 고집하는 프레드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 남자의 동거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아주 궁금해졌다.

 

기억 속에 갇힌 남자와 추억 속에 갇힌 남자

프레드의 비극적인 가족사와 더불어 신원불명의 남자의 슬픈 사고 후유증에 덧붙여 프레드의 오랜 연적과의 갈등등이 대단한 대사 없이 잔잔하고 조용한 가운데에서도 반전과 더불어 긴장감을 주며 마지막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교회로 향하고 있는데 남자의 손을 잡고 마을 사람들을 헤치고 반대 방향을 걷는 프레드의 모습에서 새로운 방향의 삶을 살겠노라는 다짐을 본다. 표정만큼이나 굳은 다짐을 말이다.

 

남자의 이름은 테오, 사고 후유증으로 말과 기억을 잃게 된 남자이다.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 와서야 알았다. 프레드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색이 없는 무채색들이었다. 반면에 테오를 둘러 싼 모든 것들은 다양한 색깔들을 가졌다.

 

프레드의 아들과 관련해 세상에는 색깔처럼 다채로운 삶들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해해야함을 알려주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