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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구구 바샤-로의 영화 '벨' - 바다에 수장된 화물, 그들은 인간이다

 

구구 바샤-로의 영화 '벨'

 

흑인 노예 출신의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디도 엘리자베스 벨은 드러내놓지 못하는 가문의 수치덩어리지만 아버지가 남긴 거액의 유산 덕분에 가문을 일으킬 청혼자가 나타난다.

그러나 콩밭에 가 있는 그녀의 마음은 혼란스럽다.

 

1780년경 영국에 있었던 실제 인물과 실제 사건을 영화한 것으로 당시 재판중이던 노예선 '종'호 사건과 돈으로 혼인 계약을 맺어 귀족 계급을 유지하려는 귀족 사회의 황금만능주의를 꼬집고 있다.

인간화물로 불리는 노예들을 상품가치가 떨어졌다며 고의로 바다에 수장시키고는 화물 손실로 인한 보험금을 달라는 노예선 선주들과 고의성이 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회사간의 싸움에 노예제도 철폐와 인권보장을 외치는 단체들간의 분쟁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지참금을 많이 가진 아가씨는 지체 높고 전도유망한 젊은 귀족 자제를 찾으려 하고 젊은 귀족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명성을 유지해 줄 돈 많은 귀족 처녀를 찾는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남편이 없는 처녀는 대접받지 못하고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사랑보다는 조건을 찾아 물건 고르듯 이 파티 저 파티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노예를 상품처럼 사고 파는 것은 당연시하면서 스스로가 결혼 상품으로 시장에 전시(?)되는 것은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이 당시 귀족이다.

 

바다에 수장된 화물, 그들은 인간이다

디도는 흑인 혼혈이지만 백인에게도 흑인에게도 낄 수 없는 애매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워 하다가 운명적인 연인 드비니에를 만난다.

백인인 그는 노예선 사건을 계기로 노예제도 철폐를 외치는 가운데 재판 판결문에 영향을 미치려 동분서주하고 연인인 디도의 지지와 지원이 더해지자 판결은 정의를 향해 가고 사랑은 벌써 눈 앞에 와 있다.

 

까무잡잡한 건강 피부에 자연스러운 곱슬머리 이목구비 또렷한 얼굴형에 특별히 총명해 보이는 눈빛을 가진 디도가 드레스를 입고 잔잔한 미소를 띄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실제 당시 그려졌다는 디도의 초상화를 보면 백인인 사촌과 같이 앉아있지만 디도의 눈에 띄는 미모를 찾을 수 있다. 사랑도 얻고 정의 실현도 가능했던 이유는 디도의 용기 때문이다.

 

유독 그녀에게 척박하고 불리했던 시대에 스스로 행복을 찾은 용기 있는 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