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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돌고 도는 위험한 돈

 

새해 맞이 인사로 많이 하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심신의 건강과 가정의 평안 그리고 재정적인 안정을 기원하는 덕담이다.

하지만 IMF이후로는 부자 되세요, 대박 나세요등의 구체적이면서 직접적인 금전적 안정을 기권하는 덕담을 많이 하고 있다. 돈을 좋아하지만 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건 체면을 구기는 일이요 모욕적인 언사라 여겼던 예전과 비교하면 오죽하니 여북할까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돈의 어원

돌고 돈다고해서 '돈'인지 은으로 만든 칼이 한때 화폐의 기능을 했던 기억때문이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게 '돈'의 어원이다. 혹자는 금이나 은이 그나마 제대로 된 초기 화폐의 기능을 했었으므로 금과 은의 무게 단위인 '돈'이 어원이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서양의 'money'는 여성과 혼인, 출산의 보호자를 관장하고 화폐를 관장하는 로마의 여신 주노 모네타(moneta)에서 기원되었다고 한다. 이 여신의 주변에는 기러기떼가 있어 갈리아인들이 공격해오면 요란한 소리를 냈다해서 '경고'의 의미가 들어있기도 하다. 돈(money) 에 의미에 담긴 '돌고 돈다'와 '경고'의 뜻을 잘 새겨둘 필요가 있다.

 

 

 

'얼마면 돼?' 드라마에서 원빈이 했던 대사인데 실제 의미와 관계없이 현대사회를 현대인을 적절히 표현해 주는 말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일까? 새해 벽두부터 돈에 대한 프로그램이 시선을 잡았다. 

벼락맞을 확률과 비슷하다는 로또 당첨에 대한 일화를 바탕으로 돈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여 주었다. 돈이 없어 벼랑 끝에 섰던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던 돈을 얻었으나 결국 벼랑 끝에서 나오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결말이지만 공중파 방송이니 어느 정도 예상된 결말이기도 했다.

돈이 정말 한푼도 없어서 죽을 지경인 사람에게 기적처럼 큰 돈이 몰린건 어쩌면 돌고 돈다는 돈의 속성이 그대로 실현된거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와 함께 '경고'의 소리도 있었는데 그야말로 돈에 눈이 멀어 그 소리를 듣지 못했거나 무시한 사람의 결말은 돈이 들어오기 이전과 똑같아지거나 더 나빠졌을 것임이 틀림없다. 돈의 칼날은 상대를 겨냥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향하기도 하니 말이다.

 

 

돌고 도는 돈

방송에서는 돈 잃고 사람까지 잃은 사람들의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돈에도 귀가 있고 발이 있어 잘 다루지 않으면 도망가버린다고 하는데 그렇게 오매불망 고대했던 돈이 왕창 들어오니 돈을 홀대하기 시작했고 돈은 도망가 버렸다. 세상은 이런걸 돈이 돌고 있다고 하는 모양이다.

지인이 하는 말, 당첨된 사람들이 파산하는건 안타깝지만 그 돈이 풀려서 먹고 사는 사람이 있지 않겠냐고. 맞는 말이긴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끼리 돈을 모아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그 사람은 그 돈을 쓰고 그 돈을 번 사람들은 또 모아서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이게 과연 끝날 게임인지 모르겠다.

 

 

돈이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까?

방송에서는 돈이 많아지니 잃는게 많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편집된 화면들이 시청자들을 위로해 주었다. 마치 돈 없는 지금의 당신이 더 행복하니 그것에 만족하라는 말투로 말이다.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당첨금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좋은 기부도 많이 하는 긍정적인 모습도 보여줬다면 괜찮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로또에 망하는 사람들을 본다고 로또를 중지할 사람도 없고 긍정적인 사람들을 보여준다고 해서 로또 광풍이 불것도 아닌데 말이다.

 

돈이란 게 있어도 근심, 없어도 근심이라지만 돈이 없어 생기는 근심은 많이 경험해 봤으니 돈이 많아 생기는 근심은 무엇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