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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내가 동화책을 읽는 이유 '고맙습니다 선생님'을 읽고

고맙습니다 선생님 (양장)패트리샤 폴라코(Patricia Pola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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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에 방영되고 있는 '남자의 자격'에서 청춘 합창단 이 부르는 노래가 내 마음을 울리고 있다.
멜로디도 아름답지만 노랫말 중 '모든 순간은 이유가 있었으니'라는 가사가 유난히 내 마음에 와 닿았다.
 

                ▲ 사진 : KBS2

지금까지 무얼하며 살았나?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다 밀려오는 후회와 허무함에 기죽은 내게 위로같은 노랫말이다.

그 가사를 듣는 순간 '아! 그래 누군가에게 저 말을 듣고 싶었어.' 
나보다 한참은 더 인생을 사셨던 어르신들이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말을 건네시는듯 했다.

그런데 동화책 속의 글귀가 또 내마음을 사로잡았다.
(감정이 예민해진건 나이탓이 아니리 순전히 계절탓이다.)


트리샤가 드디어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다.
할아버지는 트리샤를 불러 책을 주면서 그 위에 꿀을 한스픈 떨어뜨리고 찍어 먹으라고 했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지식의 맛은 꿀맛이란다. 앞으로 많은 꿀맛을 보거라"
어린 트리샤가 그 말을 이해했는지는 알수 없으나 할아버지가 중요한 말씀을 해주신거란걸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한 말은 고작  "학교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등등 이었다.
조금만 더 생각을 했다면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을 멋진 말을 해줄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학교에 간 트리샤는 학교생활은 즐거웠지만 웬일인지 1년이 지나가도록 책읽기가 늘지 않아 고민이었다.

 
기가 죽은 트리샤는 할머니에게 여쭈었다.
"할머니, 할머니도 제가 이상한 애처럼 보여요?" 
할머니는 웃으며 대답하셨다.
"그럼~ 세상에는 같은 것이 하나도 없기때문에 놀랍고 경이로운 것이란다.
 트리샤는 다른 애들과는 아주 달라. 그림을 잘 그리고 아주 똑똑하지" 

할머니의 말씀도 너무나 현명하신 말씀이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어리석은 일부 어른들은 누군가와 비슷해지려 따라하고 모방한다. 
집크기도 따라하고 자동차 크기도 따라하고 돈이나 지위등 보이는건 다 따라하려고 한다.
비슷하지 않으면 낙오되는것 같아서... 그게 좋은지 나쁜지 구별도 잘 못하면서 말이다.  


조금씩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어가던 중 트리샤는 멀리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놀리는 아이들로부터 떨어지는게 홀가분했지만 책 못읽는 전학생 트리샤는 그곳에서 더 혹독한 놀림에 지쳐만 갔다.

그럴수록 글자보기가 더 두려워 지고 친구도 학교도 모두 보기 싫었다.
그러던중 새로운 선생님, 폴커선생님이 오셨다.
쾌활한 성격의 폴커선생님은 트리샤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도해 주셨다.
아이들이 놀릴때 가림막이 되주셨고 그림에 소질이 있는 트리샤를 칭찬해 주셨다.

그리고 독서지도 선생님과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천천히 글자를 가르쳐 주셨다.  
어느날 기다란 문장을 한번도 틀리지 않고 단숨에 읽어낸 트리샤는 세상이 번쩍 밝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 날부터 트리샤는 새로운 세상에 살게 되는 기분이 들었다.

어른이 된 트리샤는 동화를 쓰는 작가가 되었다.
세상에! 너무나 완벽한 해피엔딩이다.
트리샤가 대견하기도 하지만 폴커 선생님께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동화가 원래는 아이들에게 감동과 환상 그리고 꿈을 주는 내용들인데 종종 어른인 내게는 어떤 한 문장이나 그림이 감동을 몇배로 전해준다.
그건 두껍고 어려운 말로 된 책에서 보는 감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동화가 얇고 짧고 쉬운 글이라 해서 감동이 얕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 동화에 대한 강의를 듣다가 강사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동화는 몇살때까지 읽어야 하나요?"
"죽을 때까지요"
"그럼 몇 살 때까지 읽어줘야 하나요?"
"원할땐 몇살이 됐든 읽어주세요."

그땐 정확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이제 조금 알 듯하다.
어린이 도서관에 있는 많은 동화책들엔 또 어떤 감동 글이 숨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