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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Book

나도향의 물레방아 - 계집의 배반은 폭력에 대한 부메랑

 

나도향의 '물레방아'는

신치규의 집에 얹혀서 그의 논을 경작하며 살던 이방원에게는 무섭게 이지적인 동시에 창부형으로 생긴 아내가 있다. 그녀는 이제 스물 두 살 밖에 안된 나이였고 신치규는 50대 중반을 넘어가는 중늙은이였다. 

신치규는 이방원의 계집을 물레방아 근처로 불러 내어 자신의 아들을 낳아 주면 편안한 삶을 제공해 주겠노라 제안했다. 계집은 말로는 싫은척 하면서도 내 심 그 제안에 구미가 당겨 이방원을 배신했다.

 

계집이 신치규의 품에 안긴 사실을 알게 된 이방원은 신치규에게 흉기를 휘둘러 감옥에 가게 되고 만기 출소한 후 계집을 찾아가 도망갈 것을 요구하고 자신을 배반한 것이 진심이었는지 물어 본다.  

계집의 매몰찬 대답에 이성을 잃어버린 이방원은 대담하게 덤비는 계집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계집의 배반은 폭력에 대한 부메랑

이방원의 계집이 남편을 배신하고 늙은 신치규의 첩이 되는 결심을 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계집의 배반은 배고픔과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의도와 함께 천성적인 창부의 기질도 한 몫했다. '무섭게 이지적인 동시에 창부형'이라는 묘사가 계집의 성격이 욕망에 치중하는 인물이라는 걸 알려준다.

그러한 계집에게 이방원이 애증의 두 마음을 가지게 된 건 자신의 처지가 여자 하나 보호하지 못하는 경제적인 무능력함과 목숨을 걸고 도망쳐 나온 자신을 배반한 증오심 때문인데 어쩌면 계집의 배반은 전남편처럼 이방원이 폭력을 행사하면서부터 예견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계집이 이방원을따라 나선 것은 이방원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전남편의 폭력을 피해서인데 또 폭력에 저항해야하는 상황이 되자 계집이 이방원을 떠난 것은 당연하다.

이방원의 폭력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작품에 대한 단상 

26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소설가 나도향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하의 곤궁한 민초들의 삶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이야기했다. 

 

 

다른 작가들도 궁핍한 도시와 농촌의 생활고를 작품의 배경에 많이 담았지만 나도향의 작품들은 같은 배경을 두고도 인간의 본연의 본능에 더 관심을 두었다. 물레방아의 이방원 아내나 뽕의 안협집이라는 인물은 남편을 배반하고도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그녀들의 주장 뒤에는 남편들의 무차별적 '가정폭력'이 들어 있다. 

1920년대 20대의 젊은 작가였던 나도향의 눈에 비친 애정윤리와 경제적 궁핍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