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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한옥의 앞마당과 뒷마당 - 남산골 한옥마을

 

옛날 '우리 마을 사람' 이라 하면 같은 우물을 먹던 사람을 뜻하는 것이라고 한다.

부자나 지체 높은 양반집에는 개인 우물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동네 한 가운데나 산 기슭에 있던 공동우물을 같이 먹고 살았다. 남산골 한옥마을에 가면 이와 같은 상징적 의미로 한옥 5채 앞에 인공적으로 만든 우물이 있다.

 

 

   

한옥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는 장점외에도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과 남녀가 유별하다는 유교의 사상이 들어가 있으며 공간의 합리적인 사용으로 집의 역할이 그저 먹고 잠자고 쉬는 공간이 아닌 그 이상의 활용도와 의미를 담고 있다.

 

 

 

한옥은 남자의 생활공간인 사랑채와 여자의 생활공간인 안채로 나뉘어져 있는데 담으로 막고 작은 문을 만들어 내부에서 서로 왕래가 가능했지만 통상적으로 바깥에서부터 드나드는 문이 따로 있다.

대문이 하나만 있다면 대문에서 가까운 곳이 사랑채이고 먼 곳에 안채가 있게 마련이다. 여자들의 공간을 보이지 않게 함이다.

 

 

 

 

한옥의 대문을 들어서면 휑하기까지한 마당이 보이고 마당을 가운데에 두고 방과 부엌, 그리고 창고등이 있다.

사랑채의 경우 마당이 그리 크지 않고 마당 가장자리에 키 작은 나무를 심거나 인공연못 등을 만들어 심심찮은 마당조경을 했다. 집 안의 가장이 계신 곳이라 높은 기단에 지은 사랑채는 안채에 비해 높이 지어졌다.

대청마루에 서거나 방보다 조금 더 높이 만든 누마루에 서면 담장 밖을 내다볼수도 있고 저 멀리 마을 밖에 있는 산세를 볼 수도 있다.

 

 

 

 

안채의 마당은 사랑채보다 넓다. 어머니와 부인, 아이들이 기거하는 곳이라 방도 많고 부엌과 창고등 부수적인 공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넓은 마당엔 장독대 정도만 있을뿐 다른 조경은 거의 없고 마치 수묵화의 여백처럼 빈 공간이다. 안채의 마당에 아무런 장식도 하지 않는 이유는 마당을 마루의 연장선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옥의 마당은 마루에서 할 수 없는 여러가지 일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마당은 봄농사를 준비하는 곳이고 볕 좋은 날에는 빨래를 널기도 하며 가을엔 추수한 농작물을 건조시키고 혼례나 잔치등 집 안의 행사를 치룰때는 차양막을 치고 손님을 대접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백토가 깔린 마당은 햇빛을 반사시켜 처마로 인해 조명이 어두워지는 방을 환하게 해 준다. 게다가 한여름 내리쬐는 열기에 마당이 뜨거워지면 대류현상에 마당의 열기가 올라가고 대청마루를 통해 뒷마당의 서늘한 바람이 앞마당으로 밀려 들어와 한옥의 시원함을 유지해 준다.

 

 

 

앞마당과 달리 뒷마당은 넓은 편이 아님에도 나무가 많고 장독대도 있으며 우물을 비롯해 닭 사육장까지 빼곡하다. 나무는 여름엔 시원한 바람과 그늘을 주고 겨울엔 찬바람을 한 번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볕이 잘 들고 통풍이 좋은 뒷마당은 장독대의 명당자리이고 관리가 중요한 우물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한옥 대청마루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마당에 길게 드리어진 처마 그림자가 한 폭의 그림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