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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과학

올바른 신종 플루 대처법은?

  
아프리카 자이르의 열대우림 지역에서 의문의 출혈열이 발생하여 사람들이 죽어간다.
주인공은 잠복기가 빠르고 치사율은 100%인, 감염되면 내장이 녹아내리는 무시무시한 모타바 바이러스를 발견한다.
감염된 숙주 원숭이가 밀거래를 통해 외부로 유출되면서 바이러스는 애인과의 키스, 사소한 접촉과 의료진의 실수 등으로 북캘러포니아의 작은 마을 전체로 퍼져 나가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이미 이 바이러스를 생화학 무기로 개발해 온 군부는 마을과 사람들을 한꺼번에 폭파시키려 하지만, 주인공은 가까스로 숙주 원숭이를 찾아내 치료제를 만글어 폭격을 막고 사람들을 구해 낸다.
1996년에 개봉한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줄거리이다.


인간에게 특히 공포감을 주는 영화는 좀비가 등장하는 영화들이다.
좀비가 된 인간들은 바이러스 감염되어 숙주가 된 상태이다. 


그런데 영화처럼 모습이 좀비로 바뀌지 않았을 뿐이지, 인간이 바이러스에 숙주가 되어 인간 대 인간 감염이 발생하는 판데믹(세계보건기구의 바이러스전염 최종 6단계를 칭함)이 선포된 일이 발생했다.

2009년 6월 11일, 21세기 최초의 인플루엔자 판데믹 선포이다. 

세계보건기구는 향후 미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3대 요소로 식량 부족, 기후변화, 그리고 전염병 유행을 지목했는데, 그 중 하나인 전염병 유행의 우려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1918년 스페인 독감을 떠올려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다.

이 신종 플루는 2009년 4월, 멕시코 접경지대인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디에고에서 10세 소년이 최초의 감염자로 확인된 이후, 신종 플루는 멕시코에서 80여 명의 사망자를 내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감염시키고 목숨을 앗아갔다. 

신종 플루는 2009년 수천 명의 사망자를 내며 전 세계를 휩쓸었고 우리나라에도 예외없이 상륙하여 2010년 1월까지 17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신종 플루 확산을 막기 위해 행사와 축제가 취소되고 학교마저 휴교를 하는 가운데 뉴스는 연일 신종 플루 감염자수, 사망자를 집계해 보도했다.


그러나 다행히 신종 플루의 치사율은 계절 독감이나 이전에 유행한 조류 독감과 비교할 때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았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공포의 바이러스를 겪고난 후 바이러스의 대처 방식에 대한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바이러스의 대처 방식에 대한 엇갈린 의견을 알아봄으로써, 어떤 의견이 올바른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의견1. 바이러스는 과학기술로 극복 가능하다

신종 플루의 원인이 된 바이러스는 1918년에 스페인 독감을 일으키 H1N1형 이다.


그런데 스페인 독감을 일으킨 H1N1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조류 독감 바이러스에서 유래된 것에 반하여 2009년 신종 플루의 원인인 H1N1 바이러스는 사람, 조류, 북미의 돼지, 유라시아의 돼지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 조각이 섞어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이다.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미생물은 세균과 곰팡이, 그리고 바이러스이다.
세균이나 곰팡이는 환경만 주어지면 혼자 자라고 증식하지만,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아서 살아 있는 숙주세포 안에 기생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바이러스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가 있어야 한다.
타미플루는 신종 플루의 치료제로 쓰인 항바이러스제의 상품명이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사용하는 첫 번째 무기이다.


타미플루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는 실제로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아 주변 세포를 손상시키고 타인에게 확산되는 것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그런데 바이러스의 증식력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바이러스와의 대결에 쓰이는 제2의 무기는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백신은 균에 대항하는 항체를 몸이 스스로 만들어 면역 능력을 갖게 만드는 약이다.
타미플루가 치료제라면 백신은 예방약인 셈이다.

백신이란 특정 병원균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 병이 유행하지 않으면 생산한 것을 모두 폐기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오늘날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어 내는 기술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자원으로 간주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생명공학과 의학은 인류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고  질병의 정복을 가능케 하는 확실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 첫번째 의견이다. 


   의견2. 백신과 치료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암에 걸린 사람은 처음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걱정, 근심, 불안, 초조 등 온갖 스트레스로 건강하던 몸이 몇 일만에 저절로 암환자가 된다고 한다.
그 정도로 심리적 영향이 미치는 효과가 엄청나다는 걸 빗댄 말이다. 

2009년 11월, 한국정신신체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정신과 전문의들은 정부와 언론이 신종 플루 위험성 부풀리기에 혈안이 되어 많은 국민들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2009년 8월 7일부터 9월 8일까지 한 달 동안 신종 플루와 관련해 CNN은 27건, KBS는 849건의 보도를 내보냈다고 한다.
보도 전문 방송인 CNN이 하루 한 번 꼴로 방송을 한 데 반해 KBS는 하루 평균 29회를 방송한 것이다.
방송뿐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주요 포털 사이트를 통해 신종 플루 관련 내용이 시간대 별로 속속 보도되어 공포감은 더욱 확산되었다.  


신종 플루와 관련된 보건 정책이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한 것도 국민들에게 많은 혼란과 불안감을 주었다.
물론 백신과 항바이러스제가 신종 플루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공포와 불안감 속에 미열과 가벼운 기침 증세만 있어도 병원을 찾았다.

실제로 2009년 신종 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였을까?
뜻밖에도 미국이다.

2010년 1월 WTO 집계로 14,700여 명이 사망하였는데, 절반인 7,000여 명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생하였고, 그중 2,300여 명이 미국에서 발생한 사망자이다.
미국은 겉모습은 부유하지만 국민들 간의 빈부 격차가 심하고, 의료보험 제도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가난한 사람들이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나라이다.
 
신종 플루와의 전쟁은 결과적으로 개개인의 면역력에 달려 있다.
평소 영양 상태가 좋고 적당한 운동과 휴식을 취하면서 건강을 유지해 온 사람은 병원체가 몸을 침임했을 때 자신의 면역 작용으로 항체를 만들어 병원체를 이겨 낸다.
전염병의 희상자는 주로 빈곤과 영양실조, 만성 질환으로 고통받던 사람들이다.

이는 가축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가축의 집단사육(기업형 축산)은 건강하지 못한 가축,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고기, 이들이 한꺼번에 배출하는 배설물로 인한 주변 환경의 파괴, 지나친 육식이 가져오는 비만과 성인병 등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두번째 의견은 육식을 줄이고 깨끗하고 건강하게 가축을 사육하는 농장의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동물의 사육 환경을 개선시켜야 하며, 모든 국민이 차별없이 마음 놓고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축산농가의 인프라 개선과 의료혜택의 확산이 신종 바이러스의 위험을 줄이는데 더욱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바이러스 습격의 대처 방식에 대한 2가지 의견은 상호보완적일 때 더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완벽한 바이러스 대처는 불가능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떤 대처법에 주력하는게 인류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인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자료 : '정답을 넘어서는 토론학교 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