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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지혜로운 이야기

철면피 - 열 겹 철갑을 두른 얼굴과 철면어사

 

철면피의 유래

옛날 중국에 왕광원이라는 진사가 있었는데 그는 출세욕이 많은 사람이었다. 왕광원은 자신의 연줄이 되어줄만한 사람은 찾아가 술을 대접하고 입에 발린 아첨을 하며 환심을 사려 하였다.

고위층이 쓴 졸작시에도 이태백을 능가한다며 극에 달하는 아부를 하고 어떤 이가 왕광원을 능욕하려 그에게 곤장을 선물로 주고 싶다고 하자 흔쾌히 매를 맞았다.

왕광원의 친구가 이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리 행동하다니 창피하지 않느냐 물으니 왕광원이 대답하기를

"뭐 어떤까? 그 양반한테 잘 보일 수만 있다면 말일세." 친구는 그를 두고 광원의 낯가죽이 열 겹 철갑만큼 두껍다 평가했다.

 

 

 

송나라 때는 조선의라는 사람이 현의 지사가 되어 정치를 하는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률을 엄격히 지켜 사정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그를 '조철면' 이라 불렀으며 송사의 조변전에 보면 조변이 전중시어사가 되어 권력에 굴하지 않고 탐관오리를 적발해 냈다 하여 그를 '철면어사'라 칭송하였다.

 

열 겹 철갑을 두른 얼굴과 철면어사

철면피는 쇠처럼 두꺼운 낯가죽을 가진 사람으로 뻔뻔하고 수치심을 모르는 사람을 일컫는다.

사회 통념상 도덕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철면피라 부르는데 원뜻에는 부정보다는 긍정의 뜻이 강했다고 보여진다.

'철면'이 뻔뻔함보다는 권력에 굽히지 않는 강직한 성품을 상징했기 때문에 성에 '철면'을 붙여 불러주는것은 백성들이 주는 훈장과도 같아서 본인은 물론 당시 사회도 상당히 자부심을 가졌을 것 같다.

 

<사진출처 : 국제신문>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철면피'가 완전히 부정적인 뜻만 가지고 있어 '인간의 도리를 망각한 짐승'같은 인간으로 해석된다. 사람이라면 능히 감정의 동요가 있을 법한데도 불구하고 전혀 감정의 동요가 없는 냉혈안을 빗대어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긍정의 뜻이 사라지고 부정의 뜻만 남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철면어사'보다 '열 겹 철갑'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세월호는 철면피의 극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처음엔 혐의를 부인하던 70대의 이준석 선장이 이제와 죽을 죄를 지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고 한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허겁지겁 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선장을 포함해 세월호와 관련된 일련의 사람들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 누구는 돈 때문에 누구는 권력 때문에 누구는 무능력으로 인해 세월호가 침몰할 것을 알면서도 배를 바다에 띄웠고, 배가 가라앉는 것을 보면서 발만 동동거렸다.

지금은 달나라도 가는 21세기인데 말이다. 도대체 이들은 몇겹의 철갑을 얼굴에 두루고 있길래 이토록 후안무치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