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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창덕궁 후원에서 만난 가을의 끝자락 - 부용정과 애련지

 

올 가을은 예년보다 길게 꼬리를 늘이고 우리 곁에 아직도 머물러 있다.

날씨도 좋은데 어찌하다보니 단풍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한 친구가 같이 단풍 구경 가자며 연락이 왔다.

아이들이 어려서 시간을 많이 낼 수 없는 친구를 위해 창덕궁 후원 가을을 보러 가자고 했다. 봄에는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도심 속 깊은 산골의 정취를 보여 준 창덕궁 후원의 가을 모습은 기품이 있었다.

 

 

 

 

창덕궁 후원은 특별 관람으로 정해진 시간에 100명의 인원이 팀을 이루어 들어가야 한다.

인터넷으로 50명 예약을 받고 현장에서 50명의 티켓을 발매 하는데 보고 싶은 시간에 들어가려면 1-2시간 전에 창구에서 미리 예매를 해야만 한다. 

 

 

 

 

창덕궁 후원의 가을은 반쯤,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르지만 슬슬 몸을 빼고 있었고 우리는 행여 놓칠까 가을의 치마 끝자락을 꽉 잡았다.

 

 

 

 

지난 여름 짙푸른 녹음에 휩싸였던 애련지는 투명한 수채화처럼 변해 있었고 바람도 없어 물결마저 굳은 듯 보이는 부용지는 앙상한 나무들이 그림자를 연못 위에 비추며 몸둘바를 몰라 한다.

 

 

 

 

오랜만에 맡아 보는 마른 풀냄새마저 좋다며 친구가 가을 숲 속 향기를 온 몸으로 만끽하자 가을은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를 돌아다 보았다.

우리가 지나 온 길 위에 마지막 흔적처럼 떨어지는 낙엽들은 사각거리는 소리도 없이 조용히 쌓여만 갔다.  

 

 

 

 

창덕궁 다녀온 다음 날, 하루 사이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을 보니 우리가 본 게 마지막 단풍인가 싶다는 친구의 말과 함께 이제 가을은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