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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천불산 운주사 - 하룻밤에 세운 천불천탑

 

천불천탑 설화가 깃든 천불산 운주사는 대웅전보다 천불산 이곳 저곳에 야외 전시장을 방불케하는 다양한 석탑과 석불로 유명한 사찰이다.

 

 

 

 

통일 신라신대 승려 도선은 풍수지리에 밝았는데 그는 지형상 영남 지방에 비해 호남이 산이 적은 것은 풍수지리상 균형이 맞지 않은 배와 같다하여 하룻밤만에 천불산에 천 개의 석탑과 천 개의 석불을 만들어 영호남의 균형을 맞추었다고 한다.  

 

 

 

 

얼마나 불심이 깊어야 하루밤에 천 개의 석탑을 쌓고 천 개의 석불을 만들수 있을까? 

도선에게는 하루해를 자기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초능력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운주사로 들어가는 길가엔 오는 사람을 맞이하고 가는 사람들을 배웅하는 듯 길 양쪽에 대열로 서 있는 석불들은 그 표정이 너무나 온화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가라 앉히고 따라서 미소짓게 한다.

 

 

 

 

운주사의 석탑은 사각이나 육각등의 단순 형태가 아니라 원형에 동그란 구슬 형태에 무늬도 교차형(X자 무늬), 마름모형등 기존 석탑에서는 볼 수 없는 기하학적 무늬들이 눈에 띈다.

옛 석공은 혹시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가가 아니었을까?

 

 

 

 

 

석불은 석탑보다 크기나 모양, 표정등이 훨씬 더 다양하다.

그래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석불들은 '가족'이니 '부부'니 하는 등의 이름이 붙어 있기도 하다.

바위에 새겨서 떼어 낸듯한 납작한 모양의 석불들은 재료가 되었던 바위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다.

 

 

 

 

바위에 흐릿하게 새겨진 석불에는 천 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나타나 뚜렷했던 윤곽은 희미해져 마치 바위 속으로 사라지는 그림처럼 보인다.

 

 

 

 

만든 후 채 일으켜 세우지 못한 천번 째 석불인 와불 부부가 일어서는 날, 천 년의 태평성대가 올 것이라는데 아쉽게도 내가 본 와불은 조만간 일어설것 같지는 않다.

 

 

 

 

1942년에는 30여기의 석탑과 213여기의 석불이 있었으나 관리소홀로 인하여 소실되거나 파괴되었으며 현재 천불산 운주사에 남아 있는 탑은 12기, 석불은 70여기 이다.

 

 

 

 

깊은 산 속, 부서질듯한 바위를 깍아 탑을 쌓고 불상을 빚어낸 이의 마음속 염원은 무엇이었을까?

이곳의 석탑과 석불의 규모로 미루어 짐작컨대 종교적이든 국가적이든 여러 사람의 힘이 모아졌을 터이다.

 

 

 

유유자적 누워 있는 석불의 미소가 천 년 동안 변함없음이 신비롭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