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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손 잡고 같이 건너면 좋으련만...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생에 부부의 연으로 만나려면 전생에 900 '겁'의 스침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겁'의 시간은 4억년이라고 하니 이생에 부부의 연으로 만난 인연들은 특별하고 또 특별한 관계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만났을 때는 눈이 번쩍, 가슴이 쿵쾅거리는 반가움과 설레임에 들뜨게 되나 보다.  

 

 

 

14살에 만나 76년간 인연의 끈을 곱디 곱게 땋으며 살아 오신 것 같은 90대 노년의 부부 이야기를 그린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알콩달콩한 모습들을 몇 년 전 방송에서 보고 흐믓한(?) 감동을 받았었는데 여전히 소녀감성을 가진 할머니의 귀여운 수다를 개구쟁이 장난으로 맞장구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저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과 전쟁통에 그리고 병마에 아이를 잃는 고된 인생을 함께 하며 노부부는 서로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곧 다가올 이별을 직감하며 준비한다.

 

 

 

마음 먹고 다짐하고 다짐해도 이별이 서러운 것은 70여년 동안 굴곡진 인생을 함께 웃고 울고 아파해 주던 할아버지의 빈 자리 때문이다. 하지만  먼저 간 여섯 아이들을 만나 내복을 전해 주며 흐믓해 할 할아버지가 부럽기도 하다.  

 

 

 

할머니는 기도처럼 읊조린다.

"할아버지, 내가 좀 늦게 가거든 나를 데릴러 와요."

 

 

 

할아버지 산소를 차마 떠나지 못하고 땅에 풀썩 주저 앉아 통곡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 지고 눈물을 참을수가 없다.

 

 

손 잡고 같이 건너면 좋으련만...

1시간 남짓의 시간동안 보여진 화면으로 이들 노부부의 전체 삶을 미루어 짐작하고 미화할 생각은 없다. 

일반적인 시골 노부부의 이야기를 감독이 한국인의 정서에 맞도록 감성 편집한것이라는 말도 일면 맞고 노부부의 일상보다 부모 앞에서 다툼의 모습을 보이는 자식들의 모습이 훨씬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200만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것은  젊은층들은 일편단심인 노부부의 모습을 닮고 싶어하고 동년배 어르신들에겐 자신들의 남은 삶을 돌아보게 하며 자식의 입장이자 부모의 입장인 중년층에겐 현재와 미래를 모두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부부의 모습은 한 순간에 그리고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아니다.

76년 동안, 12명의 아이를 낳고 눈물 속에 여섯 아이를 잃는 고통을  함께 했던 기억들의 기운이 모여져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이고 그 느낌이 고스란히 진정성을 담아 전해지는 것이다.

 

 

이제 혼자 남겨진 할머니의 여생이 외롭기만 할 터이지만 그것이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