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지혜로운 이야기

잘난 사람을 굴복시키는 지혜


세상에는 제 각각의 사람들이 부딪히며 살아간다.

우선 가장 가까운 가족이 있을테고 그리고 친인척들, 친한 친구들, 덜 친한 이웃들, 그리고 직장 상사나 동료, 부하직원 등등...

사는 동안 매일같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중에는 내 맘에 드는 사람도 있지만 멀리하고 싶은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부담되는 사람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이왕이면 상대의 모난 점을 고칠 수 있도록 해준다면 그 지혜는 금상첨화라 할 수 있겠다.


옛날 중국 송나라를 세운 송태조(조광윤,946~1007)의 얘기에서 그 지혜를 빌려보자.

송나라 초기, 삼서라고 불리던 서연휴, 서현, 서착은 강동 지역에 있는 남당(나라 이름임)에서 이름있는 학자들이다.

송나라 조정의 임금과 대신들은 모두 그들의 학문이 아주 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삼서 중에서도 가장 걸출한 사람은 서현이었다.

어느 날, 남당에서 서현을 파견해 송나라에 조공하러 오겠다는 연락이 왔다.
관례대로 한다면 송나라 조정에서는 압반사(조공하러 온 사신을 접대하는 관리)를 파견해 접대해야 했다.

그런데 송나라 조정 대신들은 모두 서현의 학식과 언변에 겁을 먹고 압반사를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적임을 고르기 어려워 재상이 그 상황을 송태조에게 알렸다.
"그럼 경은 물러가시오. 짐이 선택하여 보겠소."

얼마 지나지 않아 좌당(황제의 비서)이 금위군의 명부를 관장하는 전전사에 일자무식인 시위 열 사람의 명단을 뽑아 올리라는 조서를 내려 보냈다.

황제는 올려진 명단에서 한 사람의 이름에 표시를 했다.
" 이 사람이면 적당할 것이야."
그 말을 듣고, 대신들 모두는 매우 놀랐다.

그러나 요직에 있는 중서도 감히 황제에게 다른 말을 더 간하지 못하고 칙령대로 압반사의 출발을 재촉했다.
꿈에도 생각 못했던 압반사란 벼락감투를 쓰게 된 시위는 그저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서현을 마중하러 양자강을 건넜다.

송나라 압반사를 만난 서현은 역시 청산유수로 여러가지 유식한 언변을 토해냈다.
다른 사람들 모두는 그의 박식과 언변에 경탄해 마지 않았으나, 송나라 압반사만은 서현의 언변에 놀라는 빛이 없이 그저 "예예"하고 응대만 할 뿐이다.

송나라 압반사가 일자무식의 시위임을 알 리 없는 서현은, 마냥 자기 흥에 겨워 학식과 언변을 자랑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자기의 학식을 다 털어 천하의 이치를 풀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송나라 압반사 입에서 별다른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결국, 서현은 제풀에 지쳐 입을 봉하고 말았다. 

당시 송나라에는 도곡과 두의 등 이름있는 조정대신 들이 있었다.
그들을 파견하여 서현을 맞이했다면 서현의 언변을 능가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송태조는 이들이 아닌 시위를 압반사로 파견한 까닭은 무엇일까?

송태조가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이며, 그의 지략에 숨겨진 지혜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