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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너무 심심해서 해봤다 'make-up' 놀이 그리고 좌절했다


아들 녀석의 중간고사가 시작되었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니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낼모레면 고3이 되시는지라
신경이 좀 예민해진 것도 같다.

그런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시험기간 동안 TV를 껐으면 합니다."

"왜?"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래. 알았어"라고 대답했다. 
뭐.... 고통분담이라는 차원에서 요구사항을 들어 주기로 했다.

그리고 토요일.
주말에 꼭 보는 드라마가 있는데 주중에 재방송을 보기로 하고 궁금하지만 꾸~욱 참기로 했다.
TV만 꺼달라고 했는데도 저절로 말소리도 줄이고 행동도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책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잠도 자고 했지만 주말에 TV를 안본다는 것은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를 잃는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 그분과 마트에 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이것 저것 살것을 메모하고 집을 나섰는데 다행히(?) 차가 막힌다.
비오는 날 장보러 온 사람들은 왜 이리 많은지 ... 주차하느라 한참 걸려 다행(?) 이었다.

 

그리고 일요일.
아들녀석을 빼고는 다들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니고 소곤소곤 말하고 ...그런데 심심하다.
어디 갈데도 없고 딱히 할것도 없고.

그때 딸내미가
"엄마, 내가 화장해 줄까?"
"됐어. 싫어"
"왜~?. 가을분위기 나는 색조 화장해줄께."

풋내기 20대 아가씨의 make-up 테크닉에 대한 불안과 불신으로 망설임이 있었지만 시간도 많고 화장한 내 모습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해서 맡겨 보기로 했다.

냉큼 화장도구들을 가져오더니 드디어 시작되었다. 
정작 본인은 화장도 잘 안하면서 언제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었대?
의아스러웠지만 묻지는 않았다.

스킨과 로션부터 시작하더니 주름완화 에센스,메이크업 베이스.화운데이션. 파우더 등등을 바르는데 나는 살살 잠이 쏟아진다. 
'그만두고 한숨 잤으면 좋겠구만' 하지만 설명하느라 입도 바쁘고 바르느라 손도 바쁜 딸래미에게 차마 말을 할 수 없었다.

눈화장 타임.
제법 눈썹은 잘 그린것 같다.

다음은 아이라인 그리기.
처음보는 젤타입의 아이라인 인데 라인이 맘에 들게 잘 나온다. 
갈색톤의 섀도우를 바르는데
"엄마 속눈썹 붙여보고 싶은데."
"그거 잘못하면 눈에 자극가서 눈물나고 눈아퍼. 차라리 마스카라를 좋은거 쓰는게 더 나"
"좋은건 비싸잖아. 속눈썹은 싸니까 붙여보고 안어울리면 안쓰고 어울리면 가끔 해보고.
 마스카라는 나중에 번져서..."
"엄마가 싼거 사니까 그런거야 비싼건 안번져"

눈이 작은 편이지만 눈화장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눈화장만하면 눈물이 많이 나와서 금방 지워지거나 번져서 안하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딸래미 마스카라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바르고 나서 거울을 보니 속눈썹이 별로 풍성해 보이지 않아서 내가 더 발랐다.
딸래미는 누가 그렇게 덕지덕지 바르냐며 촌스럽단다.

그래도 나는 이왕 미스카라를 했으면 바른 표시가 나야되지 않겠냐며 괜찮다고 더 바르자고 했으나 더이상은 안된단다.
콧등에 화이트펄이 들어간 섀도우를 살짝 칠하고 볼에도 분홍색을 아주 살짝 발랐다.

드디어 화장이 끝나고 거울을 보니 뭐...그냥저냥 괜찮은 것 같다.
속눈썹이 더 짙고 풍성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내츄럴한 화장이 나한테는 맞는다고 더 이상 진하면 안된다고 하니 오늘 화장은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하고 다음에 다시 하기로 했다.

시간도 아주 많이 흘렀다.
왜 화장하는 여자들이 시간에 쫒기는지도 알겠다.  
바르는게 많으니 시간도 무지 많이 걸린다.

그때 아들녀석이 나와 보더니
"엄마 화장했어?"
"어. 어때?"
"음...이상해"
"좋게 이상해? 안좋게 이상해?"
"안좋게"

그러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참나 어이없어라.

아들!! 시험끝나고 보자.
그렇게 말했는데도 아직 교육이 미흡했구나.
너의 사소한 정직함에 엄마가 얼마나 속상한지 느끼도록 해주마.

엄마도 여잔데 기분좋은 거짓말은 해줄 수 있잖어.
안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