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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지혜로운 이야기

의(義)를 사는 지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義)는 그 시대를 지탱하는 정신이다.

모든 일을 행함에 그 가치기준을 의에 둔다면 만사가 순조롭게 풀릴 것인데, 그렇지 못함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인가 보다.  


문하 식객 중에 장부에 익숙한 사람이 있으면 설 땅에 가서 빚을 받아 오라는 맹상군의 말에 풍훤이 자진해 나섰다.

풍훤은 수레를 준비하고 행장을 정리한 다음 빚 문서를 가지고 출발했다.
출발 직전에 그는 맹상군에게 물었다.

"빚을 다 받으면 무엇을 사 올까요?"
"우리 집에 무엇이 없나 보고, 집에 없는 걸 사 오게."

설 땅에 이른 풍훤은 채무자들을 모두 모아 놓고 빚 문서들을 하나하나 대조하여 확인했다.
그러고는 맹상군의 의사대로 모든 빚을 탕감한다고 선포하고는 빚 문서들을 모두 소각해 버렸다.
빚진 사람들은 모두 기뻐서 만세를 불렀다.

그러고는 풍훤은 즉시 제나라로 돌아왔다.
영접하러 나갔던 맹상군이 보니 풍훤은 빈손으로 돌아노는지라, 이상히 여겨 물었다.

"그래, 빚은 모두 받아 왔나?"
"예. 모두 받아 왔습니다."
"그러면 무엇을 사 왔나?"
"집에 없는 것을 사 오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나리네 집을 아무리 둘러봐도 금은 주보에 없는 것이 없는데, 다만 의라는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의를 사 왔습니다."
"의를 사 오다니? 그건 어떻게 하는 말인가?"

맹상군은 의아한 낯빛을 지었다.

"나리께서는 지금 그 조그마한 설 땅밖에 없는 데도, 설 땅의 백성들을 쓰다듬어 주는 대신 도리어
 그들에게서 큰 이득을 보려고 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나리 명의로 그들의 빚을 모두 면제시켜 버리고, 빚 문서들을 모두 소각해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백성들은 모두 나리에게 만세를 부릅디다.
 이것이 의를 사온게 아니고 뭡니까?"
"됐소. 그만하시고 돌아가 쉬기나 하시오."

맹상군의 기분은 좋을 리 없었다.


그런 후 1년이 지나 제왕이 맹상군을 의심하여 봉읍지인 설 땅으로 내려 보냈다.
그런데 설 땅의 백성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백리 밖까지 나와서 맹상군을 맞이했다.

맹상군은 기뻐서 풍훤에게 말했다.
"선생이 나에게 사 준 의를, 오늘 비로서 보게 되었소."  

풍훤이 없었다면 맹상군은 영원히 의를 몰랐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그의 최후는 비참했을 수도 있었지만, 풍훤의 옳은 행동으로 그 결실을 보게 된다.

우리는 살면서 언제나 의와 불의를 선택하게 된다.
물론 의에 대한 기준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