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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지혜로운 이야기

원견(遠見), 멀리 내다보는 지혜


선견지명은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말한다.
그리고 선견지명은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것은 무언가 판단을 해야하는 순간순간 일들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의 경중에 따라서는 즉시 판단을 내릴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동안 심사숙고하여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도 지금 내린 판단이 훗 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면 이는 원견의 지혜가 부족함이라 하겠다.

옛 중국 송나라 때, 서하 사람 이계천이 서부 변경을 늘 소란스럽게 했다.

그래서 보안군은 이계천의 어머니를 붙잡았다.
그 보고를 받은 송태종은 이계천의 어머니를 죽일 생각으로 추밀원 구준을 불러 상의했다.

                                           ▲ 송태종(조광의,939~997)

구준이 궁에서 물러나 재상부를 지나는데, 재상 여단이 그를 불러 물었다.
"그래 황상께서 무엇을 문의하시던가? 나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시던가?"
"아니, 그런 말씀은 없었소이다."

그러면서 구준은 태종과 논의한 내용을 여단에게 알려 주었다.
"그래 황상께서는 그녀를 어떻게 하시겠다던가?"

여단이 물었다.
"보안군 북문 밖에 내다 참하여 배반자들을 징계할 의사입디다."
"그건 좋은 계책이 아닌데."

여단은 즉시 입궁하여 태종께 품했다.
"옛날 한초의 싸움에서 항우가 유방의 아버지 태공을 솥에 넣고 삶겠다고 하니,
 유방이 그럼 그 국물을 자기도 한 숟가락 달라고 했습니다.
 큰일을 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기 육친이나 혈육들도 돌보지 않는 법입니다.
 하물며 이계천은 반역을 한 사람이 아닙니까? 그러니 어디 육친의 생사를 생각할 사람입니까?
 폐하께서 오늘 이계천의 에미를 죽인다고 내일 이계천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이 불가능하면 오히려 원수만 더 지고, 이계천의 반역심만 더 굳혀 줄 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이오?"

"신의 우둔한 생각으로 말하면, 이계천의 에미를 연주에 살게 하고 사람을 파견하여
 잘 봉양함으로써 이계천의 마음을 돌려 귀순하도록 하는 것이 상책인 것 같습니다.
 가령 그가 투항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에미의 생사권을 우리가 틀어쥐고 있는 한,
 제 에미가 마음에 걸려 마음대로 악행을 자행하지는 못하지 않겠습니까?"

"옳은 말이네. 자네가 없었더라면 하마터면 대사를 그르칠 뻔했네."
태종은 기뻐하며 말했다.

후에 이계천의 어머니는 연주에서 죽고 이계천도 죽었는데,
그 아들은 송나라에 투항하고 세공을 바쳤다.

여단의 상책이 바로 원견의 지혜 하겠다.

글에서 보면 여단이 송태종에게 내놓은 상책은 오랜 시간 심사숙고하여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면 멀리 내다 보는 원견의 지혜는 어떻게 나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