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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영화 '한공주' - 도망치고 숨어야 살 수 있는 공주

 

영화 '한공주'

 

 

 

2003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한공주'는 미성년자이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해 폭력을 휘둘러 공분을 샀던 영화 '도가니'를 상기시켰다.

미성년자이면서 사회적 약자인 어린아이를 상대로 인권유린을 자행한 학교장의 악행에 대해 분노하면서 사회적인 공분을 사고 여론이 들끓게 하면서 사건에 대한 재조명을 하게 만들었었다. 

 

 

 

영화 '한공주'의 내용만 본다면 영화 '도가니'처럼 사회적인 공분과 함께 여론이 들끓어야 하는데 사실 그렇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난 잘못한게 없는데요."

 

 

 

지방 출장이 잦은 아버지와 사는 한공주는 편의점 알바를 하며 학교생활을 성실히 하는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늦은 밤 알바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니 집 안은 친구 화옥이가 데려온 낯선 남학생들이 생일파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공주는 43명의 고릴라에게 무참히 짓밟혔다.

 

 

 

친구 화옥이는 자살하고 남겨진 공주를 둘러싸고 어른들은 마치 폭탄 돌리기를 하듯 저마다 손에서 손으로 공주를 던져 받기에 급급하다.

공주는 원치 않는 성폭력 범죄에 노출된 피해자인데 세상은 그녀가 정조를 잃은 더러운 여자라고만 본다.

 

 

 

난 잘못한게 없는데 왜 도망치고 숨어야 하나며 되묻는 공주의 담담한 얼굴을 보고 무어라 대답을 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다시 시작하고 싶을까봐"

 

 

도망치고 숨어야 살 수 있는 공주

피해자이면서 미성년자인 공주는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아버지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재혼을 앞 둔 자기 코가 석자인 엄마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어리석은 부모가 외면하니 아무도 공주를 감싸 주지 않는다. 

 

 

 

공주는 담담하고 의연하게 살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자신이 맞이할 최후가 어떤 모습일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더 이상 내가 살아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거란걸 말이다.

도움을 줄 수는 없고 그렇다고 보고 있자니 도의적인 자책감이 드니 너는 사라져 주었으면 좋겠다고 세상은 그녀를 자꾸만 벼랑끝으로 몰아 부친다. 그렇게  물에 빠졌을 때 혹시 다시 살고 싶은데 수영을 못해서 원치 않게 죽을까봐 공주는 수영을 배웠던 것이다.

 

 

 

사건과 관련해 공주는 어른들을 믿고 그들이 시키는대로 잘 따른다. 표정이 없어 담담해 보이기까지하는 공주의 얼굴은 화가 나서 꼭지가 돌것 같은 관객의 감정까지 추스리게 한다.

 

 

 

하지만 어린 소녀가 살기 위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눈에 보여 애달프고 또 애달펐다. 애는 살려고 하는데 벼랑으로 모는 어른들이라니.....도대체 이 나라에 정의가 있기는 한 것인지. 

 

 

 

밀양 성폭력 가해자들은 합의 후 학교를 정상적으로 마치고 대학에 진학해 정상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피해자는 여전히 불안한 삶을 이어나가며 어려운 경제상황에 놓여 있다고 한다.

피해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진심이 담긴 사과와 처벌이행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성폭력 재판은 초범이라고, 미성년자라고, 심신이 미약했다고, 합의를 했다고, 생계형 가장이라고, 강한 저항을 하지 않았다고 등등 온갖 이유로 어떻게 해서든 감형을 해서 아무렇지 않게 사회로 내보내려고 한다.

마치 그게 무슨 큰 죄냐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