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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알 파치노의 '여인의 향기' - 폼생폼사 퇴역 장교와 훈남 고학생의 만남

 

알 파치노의 '여인의 향기'

 

 

 

알 파치노가 나오는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라서 알 파치노라는 배우에 대해 그저 강한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배우로만 알고 있었다.

영화에 대한 편식이 있었던 내게 알 파치노의 영화는 그리 흥미로운 장르가 아니었기에 그의 연기를 보는 기회가 적었다.

 

 

 

그런데 영화 '여인의 향기'를 통해 알 파치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장래가 촉망되는 고학생 찰리는 방학 때 집에 갈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주말 아르바리트를 구했다. 눈이 먼 퇴역 장교 프랭크의 시중을 들어야 하는데 첫 대면부터 심상찮은 카리스마를 뿜어대는 그에게 찰리는 쉽게 다가갈 수가 없다.

 

 

 

운명인듯 우연인듯 찰리는 프랭크의 뉴욕 여행에 갑작스레 동행하게 되어 당황스럽다. 찰리는 자신의 장래가 걸린 결정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괴팍한 퇴역 장교 프랭크는 찰리를 향해 독설을 날릴뿐이다. 찰리는 명문대의 진학이 절실한 가난한 고학생이다. 그런데 그는 지금 탄탄한 장래를 위해 친구의 이름을 팔아야할지 고민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리고 프랭크는 더 이상 망가지고 무너지는 자신을 용납할 수 없어 미국의 자랑스러운 퇴역 장교로서 가장 멋진 순간에 멋있게 생을 마감하려고 한다.

일생일대의 기로에 서 있는 프랭크와 찰리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앞을 못 보는 프랭크는 후각이 예민한데 특히 여인들의 비누 향기에 민감하다. 

비누 향기를 소제로 모르는 여인에게 작업멘트를 날리고 정열의 탱고춤을 각(?) 잡히게 잘 추지만 매너를 잊지 않는 그는 분명 신사임에 틀림이 없다.

 

 

폼생폼사 퇴역 장교와 훈남 고학생의 만남

찰리를 부추켜 페라리 자동차를 빌리고 경악스런 질주 본능을 해 대는 프랭크. 그가 왜 자살을 결심했는지 이해되기도 한다.

"스텝이 엉켜도  괜찮아 그게 탱고이고 그게 삶이니까"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한가지만 대 봐!"

"탱고를 너무나 잘 추고 페라리를 멋지게 몰기 때문이죠."

 

 

 

 

스텝이 엉켜서 춤을 망칠까 걱정하는 여인에게 프랭크가 하는 말이고 자살을 하려는 프랭크를 막으며 찰리가 대답하는 말이다. 시력을 잃고 어둠 속에서 무능력해지기만 하는 자신을 견딜 수 없는 프랭크에게 찰리는 세상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님을 말해 준다.

프랭크의 대답도  찰리의 대답도 절절히 가슴에 박히는 말들이다.

 

 

 

이젠 프랭크의 차례, 궁지에 몰린 찰리를 위해 프랭크는 어떤 경우에도 양심을 팔지 않는 찰리야말로 이 시대가 바라는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냐며 열띤 발언을 시작한다.

이미 프랭크의 달변은 영화 초반부터 찰리를 옴짝 달짝 못하게 했는데 막바지에 청중들을 휘어 잡으며 기립박수를 만들어 냈다.

 

 

 

프랭크의 아니 알 파치노의 매력이 이 장면에 다 담겨 있다할 만큼 명대사를 명연기에 담아 냈다.

영화를 보면서 알 파치노의 명연기에도 반했지만 사실 찰리역을 맡은 크리스 오도넬의 잘 생긴 얼굴이 보기 좋았다. 예의 바르고 성실한 찰리역에 딱 맞는 얼굴을 한 크리스 오도넬은 알 파치노에게 밀리지 않았다.

 

 

그런데 여전히 궁금한건 감독이 왜 제목을 '여인의 향기'로 했을까이다. 여인의 향기가 곧 삶의 향기라는 말인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