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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오랜만에 결혼식에 참석했더니....


친인척을 비롯해 지인들까지 5-6년 동안 주변인 중에 결혼한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다.

그러다 사촌여동생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왜 안가나? 언제가나? 궁금했는데 이제야 짝을 찾았나 보다.

삼십중반의 만만치 않은 나이인데 신랑이 2살 연하라고 한다.
'연상녀 연하남이 대세라더니 얘도 그러네'

오랜만에 딸래미를 데리고 미장원에서 머리도 만지고 결혼식장에 갔다.
사촌여동생이 장녀라 그런지 손님이 정말 많았다.

호텔은 아니었지만 예식 후 바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테이블마다 세팅이 되어 있었다.
본의 아니게 자리가 없어 신랑측 구역(?)으로 가서 앉았다.


낮12시임에도 실내는 어두웠다.
신랑, 신부의 아기자기한 사진을 편집한 영상물을 보여주느라 실내의 조명을 어둡게 해서 마치 저녁식사을 하는 분위기였다.

잠깐 기다리는 동안 처음 보게되는 사촌여동생의 신랑 얼굴을 영상으로  얼굴을 익혔다.
사촌여동생의 신랑은 나와 오늘 첫인사를 했지만 정신이 없어서 누가누군지 기억도 못할 것이고 앞으로 집안 행사로 몇번 더 만나야 얼굴을 기억할 것이다. 

조명이 더 어두워지고 식이 시작되면서 신랑 신부의 어머니 두 분이 나와서 촛불을 켜고 인사를 했다.
여기까지는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다음 신랑과 신부가 손을 잡고 동시에 입장을 했고 주례없이 서로 인사하고 자리에 섰다.

주례가 어디있나 살피는데 사회자가 말하기를 주례대신 신랑 신부의 아버지 두 분이 각각 결혼에 대한 조언을 주신다고 했다.
주례를 대신하는 모양이었다.
편지 형식을 빌어 두 분은 신랑과 신부에게 당부의 말씀과 축복의 말씀을 해주셨다.

아들과 며느리에 대한 그리고 딸과 사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묻어나는 편지의 내용은 아주 감동적이었다.  
아주 새롭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 신부는 신랑에게 사랑과 믿음을 담은 편지와 시 한편을 낭독해 주었고(본인이 읽다가 울컥함) 신랑은 신부에게 굳은 사랑의 맹세가 담긴 편지를 낭독하고 마음을 담은 노래 한곡을 감동적으로 불러주었다.



'요즘 결혼식은 이렇게들 하나?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고 진지함도 있고 괜찮네.'

친구들의 축가도 흥에 겨운 노래 한곡, 감동적인 노래 한곡해서 두 곡을 불렀는데 덕분에 흥겨운 결혼식이 되었다. 

예전에는 자의반 타의반 정해진 격식에 따라 결혼식을 했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개성이 강해서 예식 프로그램을 약간씩 변형을 한다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 눈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어중간한 나이인 내 눈에는 긍적적으로 보였다.
어수선한 분위기와 예식이 끝나기도 전에 우르르 식당으로 가는 사람들, 그리고 서둘러 식을 끝내려는 예식장 직원들의 기계같은 손놀림이 없어서 좋았다.  

울 딸래미가 자기도 이렇게 하고 싶다고 한다. 뭔소리야....이제 20살짜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