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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안해, 친구야 '내짝꿍 최영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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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렁한 옷에 더벅머리,다 해어진 운동화를 신고 친구들에게 인사를 했던 최영대.

그 아이는 시골에서 전학을 왔다.
조용한 성격에 행동도 느리고 말도 잘 안해서 친구들은 금새 최영대를 놀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놀려도 영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영대 엄마가 돌아가시고 부터 말을 잘 안했다는데 이런 불쌍한 영대를 아이들은 더 놀렸다.

가방을 던지고 우유를 쏟고 때리고 화장실 청소를 시키고.
그래도 영대는 말 한마디 없이 당하고만 있었다.

어느땐 그런 영대가 무섭기도 했다.

수학여행 갔던  그날 밤 잠자려고 누운 아이들 중 누군가 방귀를 뀌었는데 모두 영대가 했다고 아이들이 놀리며 웃어댔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영대가 아주 큰소리로 울어댔다.
엄청난 소리로 말이다.

어안이 벙벙해진 아이들은 영대를 바라보았다.
영대가 그렇게 울수 있다는 걸 몰랐었다.  

잠시후 아이들은 하나 둘 따라 울기 시작했고 이내 울음바다가 되었다.

다음날 버스 안에서 아이들은 영대에게 자신들이 샀던 기념뱃지를 달아주고 모자도 씌워주었다.

그리고 한 목소리로 노래를 목청껏 불렀다.
영대도 같이...



엄마를 잃은 슬픔에 말까지 잃어버린 어린 영대는 희노애락 감정 마저도 잃어버린 듯 하다. 
게다가 전학까지 했으니 외롭고 괴로운 마음이 어떠했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유년시절에 엄마를 잃는다는 것은 슬픔보다 두려움이 크고 공포감마저 느낀다.
엄마는 아버지와는 다른 존재로 그야말로 어린 아이의 생명선과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런 엄마를 잃은 영대가 불안감과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말도 행동도 어리바리하게 하는 것을 보니 엄마의 입장에서 마음이 짠하고 저려온다.

나를 보호하고 막아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친구들의 괴롭힘에 영대는 아무런 저항도 할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엄마가 있었다면 당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 뒤에는 엄마가 있기 때문에 두렵고 무섭지 않으니까.

어린 친구들이 그런 영대를 이해해주고 감싸주기를 바라는것이 무리라 생각되지만 괴롭히는 아이들을 보면 '아무리 어려도 저리 생각이 없을꼬'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한밤중 방귀사건으로 모든 아이들의 놀림대상이 되자 영대는 울어댄다.
마치 그 동안의 응어리를 모두 토해내듯이 속에서 부터 내지르는 영대의 울음소리.

영대의 가슴속 소리를 아이들이 알아챈 걸까?
영대의 감정이 이입된 아이들은 단체로 울음바다를 만들었다. 
그 울음은 영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담아내고 있었다.

간혹 눈물을 한바탕 쏟아내고 나면 감정덩어리가 풀려 시원한 기분을 느낄때가 있다.
영대의 눈물이 그러했을 것이다. 

영대의 울음과 반 친구들의 울음의 의미는 달랐지만 영대는 친구의 미안한 마음을, 친구들은 영대의 속상한 마음을 충분히 전달받았을 것이다.

이젠 영대가 행복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