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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보다 생각할 시간을 주다 '미꾸라지'를 읽고


가짜 백점권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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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당번인 한내는 어떻게 하면 청소를 하지 않고 도망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배 아픈 시늉을 하면서 교실을 빠져나온다.
남은 다른 아이들은 한내가 청소하기 싫어 꾀병을 부린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맞을까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한내가 없을 때 "한내는 역시 미꾸라지야."라고 말할 뿐이다.

학교를 나온 한내는 창식이를 만나 시내 서점으로 가서 실컷 책을 보고나서 집에 가는 길에 가위 바위 보 내기에서 지는 바람에 집까지 창식이를 업고 갔다.
짜증이 났지만 약속을 지키느라 아무 말도 못하고 업어 주어야 했다.

다음 날 선생님은 몰래 도망간 한내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키셨고, 한내는 냄새나는 화장실을 청소하면서 누가 고자질을 했을까 화를 삭히며 생각했다.

그러다 회장인 오훈이한테 충고 섞인 말을 들었다.
'넌 너의 잘못은 생각지도 않고 왜 남의 탓만 하려고 하느냐.'

처음엔 오훈이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차츰 생각해보니 잘못을 한 장본인은 자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아이나 어른이나 크기나 경중의 차이만 있을뿐 잘못이나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고 개선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은 한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지만 어른이건 아이건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를 막기 위해 핑계를 대고 남 탓이나 환경 탓을 하게 된다.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말대꾸하는 아이에게 아버지는 마당을 50바퀴 돌라는 벌을 주었다. 
더운 여름 날 아이는 울면서 마당을 계속 돈다.
엄마는 아이가 걱정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다.  

눈물에 땀에 범벅이 된 아이는 마당돌기를 마쳤고 아버지는 아이에게 무슨 생각을 했냐고 물어본다.
아이는 생각해보니 자신이 잘못했다며 죄송하다고 말한다.
그 모습이나 말하는 모양새가 단지 마당돌기에서 벗어나려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는게 느낌으로 전해졌다.

아이와 아버지에게는 처음 있는 일은 아닌듯 했다.
아이가 생각할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요즘 어른들은 여유가 없다.
무엇이든 바로 그 자리에서 대답이나 결과치를 얻어 내려고 아이들을 다그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불편하고 힘든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려고 생각에도 없는 말을 하고 핑계를 대고 어른들이 원하는 대답만 하려고 요령을 피운다.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겐 '생각의자'라는 곳에 앉히고 생각할 시간을 주라고 한다.
몇 살 안된 어린 아기들도 생각을 하고 자신을 돌아볼 줄 안다는 것이다.

아이가 잘못을 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생각의 힘'이 큰 아이가 되도록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주는 것이 어른들이 할 일이다.

그나저나 그전에 이 '욱'하는 성질을 고치려면 어디 좋~은 산에 도 닦으러 가야 허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