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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김남길의 영화 '판도라' - 폭발한 원자력 발전소, 수습하는 사람들


김남길의 영화 '판도라'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 인류를 위해 가장 효율적인 연료라고 홍보했던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다. 

당장의 인명 피해는 없으니 조용히 사고를 마무리하라며 은폐를 지시하는 사람들과 피할 수 없는 2차 폭발의 위험 속에 사고 수습을 위해맨 몸으로 발전소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원자력 발전소 폭발 현장에 있다가 방사능에 그대로 노출된 재혁은 두려움에 몸이 떨린다. 이미 아버지와 형의 죽음을 보았던 터라 두려움이 훨씬 컸다. 

치료 불가능 상태로 지독한 고통 속에 결국 죽게 되리란걸 알았을 때 정부는 죽어가는 재혁에게 다시 한번 죽음 기회(?)를 준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말이다.


냉각수 수조가 터지지 일보 직전이라 메꿔야 하는데 고농도 방사능이 있는 곳이라 접근이 불가하다. 접근하더라도 10여분을 버티기 힘든 공간에 재혁과 죽음을 앞 둔 동료들이 자원해 나섰다. 

사건 터지면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한민국, 책상에서 머리 굴리는 윗분들 꼴이 보기는 싫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미룰 수가 없다.


"우리밖에 갈 사람이 없어." 재혁의 자조섞인 말이 가슴을 찌른다. 



폭발한 원자력 발전소, 수습하는 사람들

더 많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수의 피해는 어쩔 수가 없다. 94만명의 안전을 위해 1만 7천명의 안전은 보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영화 속 정부 관계자는 말한다. 

더 큰 피해와 혼란을 예방하는 차원이라고 말이다. 영화 '터널'에서도 마찬가지로 한 사람 구하자고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고 한다.


94만명이나 1만7천명이나 아니 단 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저울에 올려 놓으면 목숨의 무게는 똑같을텐데 말이다.

발전소 폭발 사고에 대처하는 고위 공직자들의 행태가 영화 내용과 같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다르다고 할 수도 없다.


잦은 지진으로 인해 예민해진 시기에 충분히 공감가는 영화여서 그런지 그저 재난영화라고만 생각되지 않아서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