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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김민희의 영화 '아가씨' - 뱀의 아가리에서 탈출을

 

김민희의 영화 '아가씨'

 

적당한 거리를 두고 무리의 남자들과 한 여자가 앉아 있다. 남자들은  완벽해 보이는 신사 정장을 하고 무게 잡은 표정으로 앉아서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는 일본 전통 기모노에 흠잡을데 없는 미색을 갖춘 교양 있어 보이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돈 많은 백작의 재산을 뺏자는 계획에 가담한 숙희는 하녀로 위장해 잠입하고 거침없이 집 안을 휘저으며 아가씨 히데코를 대면하게 된다.

히데코를 둘러 싼 이 집 안의 인물들이 모두 비정상적임을 알게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이모부와 조카, 히데코의 인물 관계도이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면서 또다른 인물 관계도가 드러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이곳임을 알게 되는데....

 

어린시절부터 이모부의 손아귀에서 폭력이 섞인 협박과 억압 속에서 성장한 히데코, 어리숙해 보이는 히데코를 제물 삼아 한밑천 잡아 보려는 가짜 백작과 숙희, 비정상적 성 콤플렉스를 가진 히데코의 이모부.

서로 물고 물리는 먹이 사슬 관계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서로의 뒷통수를 치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토리는 흥미로웠다.

 

뱀의 아가리에서 탈출을

일본풍의 저택에서 일본말 대사가 대부분인 한국 영화를 보는 건 그리 유쾌하지 않다.

그러나 의문은 생긴다. 왜 하필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 시대이며 장소적 배경은 일본풍이고 대사의 대부분은  일본말일까?

궁금증이 폭발하는 가운데에서도 김민희의 호연과 김태리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하정우나 조진웅, 감해숙이야 두 말 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호불호가 갈릴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 동성애 장면 때문일듯 하다.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아직은 상당히 낯선 동성애 장면은 전체 내용을 흐리게 할 만큼 충격적이었고 그 때문에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좋게 할 수가 없다. 

 

영화 전문가들이나 매니아들에겐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장면장면 마다의 상징성이나 특징등에 여유로운 시선을 가질수 있겠지만 원작에 대한 정보 없이 그저 재미삼아 보는 관객들에겐 감독의 의도를 알아채기란 숨은 그림찾기만큼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