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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시간은 있는데 하고 싶은게 없으니.....배부른 소리 한 마디


그리 오래산 인생은 아니지만 어린(?) 나이는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 온 시간들 중 지금이 가장 개인적으로 느긋하다. (몸도 마음도)

중학교 다닐때까지는 아침에 아들녀석 깨우는게 전쟁이였다.
딸은 잘 일어나는데 이 녀석이 애를 먹이곤 했다.
그땐 나도 출근해야 하는데 늦장부리면 아침부터 스트레스 만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잘 일어나줘서 고맙기까지 하다. 
남편 출근하고 애들 학교가고 나면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일을 그만두면 제일 하고픈 것 중 하나가 늦잠자기였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늦은 아침겸 이른 점심을 먹고 설겆이를 안한다.
이것도 하고픈 것 중 하나였다.
딩굴딩굴 tv보면서 과자먹고 커피를 마신다.
이것도 하고픈 것 중 하나였다.  
여기까지는 잘 이행했다.

그런데 목욕탕가기, 미장원가기, 친구만나 오~랫동안 수다떨기, 밤에 외출해보기 등등은 아직 해보지 못했다.
하고 싶지만 .... 행동으로 옮겨지지가 않는다.
혼자 가기 쫌 그렇고....같이 가 줄 친구가 마땅치 않다.
내가 그동안 움직이질 않았으니 불러낼 친구가 없다.

그동안 종종걸음으로 시간을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서 사느라 목욕탕 갈 시간도 미장원 갈 시간도 친구 만날 시간도 밤에 외출할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작은 일탈(?)을 해 봐야지 생각했었는데 막상 그런 시간이 주어지니 뻘쭘하다.

딱히 무엇을 하고 싶지가 않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건 더 어렵다.
이 나이에 쭈뼛쭈뼛 사람들을 봐야하는 게 어색하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나이가 어렸다면 그냥 부딪쳐 볼 수도 있을것 같은데 말이다.

몇번 학교 엄마들 모임에 나갔다가 그 분위기가 너무 어색하기도 하고 비효율적인 것 같아서 핑계를 대고 자연스럽게 빠졌는데 곰곰 생각하니 내가 문제인 것 같다.
이젠 나이 좀 먹었다고 내 기분에 맞지 않거나 내 눈에 거슬리면 참지를 못하는 것 같다.

배우고 싶은것도 몇가지 있었는데 새로운 단체에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해 가야하는 과정이 싫다.
전엔 싫어도 아닌척 했는데 이젠 싫은건 티를 좀 낸다.
그래서 요즘 남편이 많이 하는 말 "ㅇ여사 많이 과격해 지셨어."



오래 전 갓 입사했을 때 나이 많은 노처녀 선배가 학원에 같이 다니자고 했었다.
나는 친구도 만나야하고 데이트도 해야해서 시간이 없다고 했더니 어릴 때 많이 놀러다니고 배워두라고 했다.

나이 먹으면 시간과 돈이 있어도 하고 싶은 게 없어진다고
그말이 무슨 말인지 이제 이해가 간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내 나이가 그 선배 나이쯤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