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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라즐로 네메스 감독의 영화 '사울의 아들' - 이 아이를 부검하지 마세요


라즐로 네메스 감독의 영화 '사울의 아들'


존더코만도, 비밀운반자로 독가스실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뒷처리(?)를 맡은 유태인들을 말한다. 

등에 선명한 붉은 X자는 아직은 죽지 않은 유태인 그러나 곧 죽을 유태인의 낙인처럼 핏빛을 발한다.


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두 눈만 동그랗게 뜬 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사울의 표정은 겁에 질린듯 혹은 무척이나 화가 난 듯이 보인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것도 듣지 않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울은 일에만 집중하려 애를 쓴다. 

사울의 등 뒤에서 따라가는 카메라에는 옷이 벗겨지는 사람들이 언뜻언뜻 보인다. 유태인 학살의 현장 일명 독가스실이 분명하다.


곧 닥칠 동족의 죽음을 알지만 억지로 살아 있는 자신을 자책하며 사울은 샤워장에서 독가스에 몸부림치며 죽어가는 동족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그들이 벗어 놓은 옷가지에서 돈과 금품을 분리해 낸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얼음장이고 죽은 이들의 시체는 동물의 그것마냥 질질 끌려 나가 내동댕이 쳐 진다.


그 때 사울의 시선에 들어 온 한 남자가 발걸음을 얼어붙게 만든다. 아들.....



이 아이를 부검하지 마세요

영화는 사울이 아들의 시신을 어떻게 해서든 빼돌려 정식 장례를 치뤄주고자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완전히 발가벗겨진 맨 몸뚱아리의 아들을 안고 다급히 뛰어가는 사울의 뒷모습은 가슴이 저리고 또 저리게 한다. 하필 그 아이를 이런 곳에서 만나게 하시다니 신은 너무나 가혹하시다. 

아버지로서 지켜주지 못한 아들을 동물의 그것처럼 처리하게 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제발 이 아이를 부검하지 마세요' 죽음을 무릅쓰고 아들의 시신만이라도 지키고 싶은 애끓는 부정에 숨이 멎을것만 같다. 

사울의 등 뒤에서 엄청 흔들리며 따라가기 바쁜 카메라 앵글이 불안한 사울의 현재 상황임을 계속 확인시켜 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팔짱을 풀지 못하고 긴장감 속에 보았던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