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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비고 모텐슨의 영화 '캡틴 판타스틱' - 거친 숲 속과 위험한 절벽에 만든 교실

 

비고 모텐슨의 영화 '캡틴 판타스틱'

 

학교에 보내기 위해 아침부터 북적거리지 않아도 되고 하루종일 같이 지내면서 숲 속의 야생에서 자연을 접하며 각자 주어진 일은 시키지 않아도 척척 해내고 밤이면 모닥불 옆에서 제 나이를 훌쩍 뛰어 넘는 전문 전공 서적들을 거침없이 읽어 나가는 아이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닫는 아이들을 보면서 벤은 자신의 교육적 철학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는데..... 

 

치료를 위해 잠시 이곳을 떠났던 아내의 자살 소식을 접하고 장례식에 참석차 아이들을 데리고 도심으로 향하는 벤의 가족들은 슬픔보다 아내를 엄마를 만난다는 기쁨과 설레임 그리고 엄마의 마지막 유언을 이루어 주어야 한다는 공동의 소명감으로 들떠 있었다.

그러나 장례식장을 한바탕 흔들어 놓은 벤의 소동으로 아이들과 벤은 1차 위기에 접하고 만다.

 

죽은 아내와 벤은 아이들을 제도권내의 교육이 아닌 그야말로 산 교육을 통해 지덕체를 겸비한 훌륭한 인간을 배출하여 플라톤의 이상 국가를 다시 한번 건설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적어도 자신들의 가족 구성원 내에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아내가 없어서 일까 엄마가 없는 아이들 이라서 일까 벤은 아내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끼며 커 가는 아이들의 저항과 함께 자신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 안타까운 타협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의 아이들은 여전히 행복하다.

 

거친 숲 속과 위험한 절벽에 만든 교실

아이들을 미성숙한 존재가 아닌 좀 더 성숙한 존재로 발전해 나가는 인격체로 보는 벤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세하게 혹은 과격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인지하게 만든다.

부분적으로 공감도 되고 동의할 수도 있지만 벤을 이해하기엔 내가 너무나 오랫동안 제도권내에 있었다.

결국 아이들의 안전과 미래 앞에서 반쯤 무너진 벤의 모습에서 안도와 함께 안타까움이 겹쳐져 몰려 온다.

 

만약 벤의 아내가 계속 아이들과 함께 했다면 벤의 이상향은 완성 될 수 있었을까? 아내의 죽음, 자살은 어쩔 수 없이 벤과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려는 아내의 또 다른 극약처방이었을까?

이 영화에서 인상 깊은 장면은 어린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의 어휘로 말하고 설명하는 벤의 모습이다.

 

때와 장소 가능한 상황등을 고려해야겠지만 공감가는 장면이었고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