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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빌 머레이의 영화 '사랑의 블랙홀' - 사랑을 찾은 순간 기다리던 내일이 왔다


빌 머레이의 영화 '사랑의 블랙홀'


나만 감지하는 매일이 반복된다면 어떨까? 처음엔 짜증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외면하려 할 것이다. 그 다음엔 운명처럼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포기하게 된다. 

여기 가장 싫어하던 공간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과 영원히 갇히게 될 운명에 놓인 남자가 있다. 도대체 내일은 언제 오는거야? 


잘못된 기상 예보가 문제였는지 까탈스런 그의 성격이 문제였는지 봄을 예견하는 마못을 취재차 나갔던 필은 폭설로 펑추니아에 머무르게 된다. 

예민해진 필은 일찍 잠자리에 들고 낯익은 목소리에 잠을 깨고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순서대로 재연되는 이 상황이 혹시 꿈은 아닌지 자꾸 되뇌어 보지만 오늘은 확실히 어제와 똑같다.


길에서 마주치는 거지와 동창생과의 만남, 물에 빠지는 실수와 목에 음식물이 걸린 남자 등 필이 겪는 똑같은 하루에 등장하는 인물은 역시나 똑같다. 

다만 그들은 새로운 오늘이지만 필에게는 벌써 몇 십번 겪은 똑같은 어제이다. 죽어야 이 악몽이 끝날까 여러가지 자살 시도를 하지만 언제나 제자리일뿐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혼자만 겪는 반복되는 일상에 필은 마음을 바꿔 보기로 한다. 



사랑을 찾은 순간 기다리던 내일이 왔다

필의 이기적인 모습은 영화 첫 부분에 그를 비호감 맨으로 보이게 한다. 신의 장난인지 모를 시간루프 속에서 필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리타를 발견한다. 

사실 그녀는 항상 필의 곁에 있었지만 필이 외면했던 여인이다. 믿지 못할 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리타를 보며 필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기로 한다.


사실 필의 변화가 리타의 순애보 사랑인지 아니면 자포자기 심정이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타임루프 속에서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는 필의 모습은 지치고 지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징벌처럼 주어진 시간루프속에서 탈출(?)한 필, 창문을 열고 그토록 기다리던 내일을 왔음을 환호하던 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