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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먹어도 먹어도 살이 안찌는 불가사의한 우리 딸


지난 주말에 딸래미를 데리고 한의원에 갔다.
체력이 딸려서 보약을 좀 드셔야 겠단다.


사실 먹는거 보면 체중이 한참은 더 나가야 하는데 먹는만큼 살이 안찐다.
하늘이 주신 몸이라고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작 본인은 볼륨감이 없어서 불만이 크시단다.
날씬하지만 그게 다다.

어려서부터 말랐던터라 한의원에도 가고 병원에도 가봤는데 장에서 흡수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특별한 병도 아니라서 약도 없단다.  
그래도 살 찌워보겠다고 한약도 먹여보고 양약도 먹여봤는데 효과가 없다.
'그래, 뚱뚱한 것 보다는 낫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는데 차라리 마른게 낫지.'
라며 살 찌우기를 포기했다.

그런데  요즘 여기 아프다 저기 아프다 아침 인사가 아프다이다.
혹시나 하는 걱정에 병원에 가서  이것 저것 검사를 했는데 체중 미달외엔 괜찮다고 한다.
걱정했다가 아무렇지 않다는 결과를 들으니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검사비가 꽤 많이 깨지고나니 은근히 약이 오른다.

'이럴거면 차라리 보약을 먹일걸 그랬나' 속으로 생각했는데 내 속을 읽었는지
"엄마, 나 보약 좀 먹어야 할거 같애."
"너 튼튼해" 말문을 막아버렸다.

그런데 며칠 후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다.
손녀딸 한약 해 먹이라고 하신다.
애가 살이 더 빠진 것 같다고.
요녀석이 할머니한테 쪼르르 아파서 검사하러 병원에 갔다 왔다고 앓는 소리를 했나보다.
"네....알겠어요."



소개받아 간 한의원은 건물도 좋고 간호사들도 아주 친절했다.
설문지를 주어서 간단히 쓰고, 피검사 등 간단한 검사를 했다.
'어라? 한의원에서 이런것도 하네.'


선생님을 만나뵈니 하시는 말씀이 전체적으로 부실하단다.
체중, 체질량, 근육량, 또 뭐더라 기타등등 기초적인 것들이 모두 미달이라서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니 몸 전체의 기능을 끌어올리는 치료제를 먹는 것 부터 해야 한다고 하신다.

울 딸래미 왈,
"그쵸. 제가 손발도 차고 금방 지치고 ... 그래서 운동도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세끼 꼬박꼬박 먹고 낮에 운동하세요."
"제가 밥은 잘 먹어요. 살 찌려고 많이 먹는데 왜 살이 안찌죠?"
"위나 장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지금 전체적인 기능저하이니 그것부터 끌어 올립시다."
"네!"

난 옆에서 딸래미와 한의사의 대화만 듣고 있었다.
나보다 더 질문도 많고 대답도 잘 한다.  

약을 주문하고 나오는데 딸래미가 하시는 말씀
"내가 이런 말을 듣고 싶었던 거야.
 이 한의원 정말 괜찮은데. 엄마, 좋지?
 얼마나 좋아 자세히 알아듣게 설명해주니까 말야."
핸드폰으로 검사 기록지를 찍더니 친구들에게 보내느라 정신이 없으시다.

어머니께 전화드렸다.
한의원 다녀온 말씀을 드렸더니 이참에 확실히 먹여서 살좀 찌우라고 하신다.
나중에 시집가서 애 낳고 할려면 지금이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원래 아무거나 잘 먹는 아이인데 특히 약이나 보약은 더 잘 먹는다.
딸! 이번엔 먹는 만큼 표시 좀 내자.
너는 먹는건 많은데 그게 다 어디로 가고 표시가 안 나냐?  

나는 먹는 것도 별로 없는데 이렇게 표시가 팍!팍! 나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