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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환상의 빛' - 그 사람은 왜 자살했을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환상의 빛'


어린시절 할머니의 실종에 대한 책임감이 무의식 속에서 그녀를 괴롭히더니 남편의 갑작스런 자살 소식에 핏덩이를 곁에 두고도 도무지 심신을 추스르기가 힘들다. 

그녀는 하루에도 몇번씩 되묻고 되묻고 또 되묻는다. '그 사람은 왜 자살했을까?'


어린 아들을 데리고 재혼한 유미코가 새로운 가정을 꾸릴 곳은 한적한 바닷가 동네이다. 그 역시 딸 하나를 두고 있는데 건실해 보인다. 

다행히 아이들은 사이좋게 지내고 친척들에게도 좋은 첫인상으로 유미코의 재혼은 문제가 없는듯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암울한 화면과 무표정한 유미코의 얼굴은 무게감 있게 가라앉아 있으나 여전히 유미코의 무의식 세계를 지배하는 답답한 그 무엇인가가 있음을 보여 준다.


아무일도 없는듯 소소한 일상들이 문득문득 유미코를 웃게 하고 표시나지 않은 집안일에 나름 최선을 다하지만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에는 말 못할 이야기가 있어 보인다. 

죽은 전남편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미코의 삶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그녀를 괴롭힌다. 

'그는 왜 자살했을까? 그 때 그 철길을 왜 걸어갔을까?' 답을 들을 수 없기에 유미코는 스스로에게 묻고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언제부터 왜?'



그 사람은 왜 자살했을까

할머니의 실종과 남편의 죽음, 갑작스런 사건과 사고로 유미코의 삶은 무채색 그림이 되어 버린듯 화면은 온통 먹구름처럼 어둡다. 

일반적인 위기나 절정등의 스토리 진행이 아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지켜봐야하는 게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 가서야 그녀를 위로해 주는 한마디를 듣게 되지만 글쎄....


동명소설을 영상화한 아름다운 영화로 국제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처음엔 스토리에 집중하다가 나중에서야 화면에 비춰지는 영상미를 보게 되었는데 솔직히 아름답다라는 느낌보다는 무겁고 깊은 슬픔의 기운을 전달받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