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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Interest

작은 징조에서 깨닫는 현명함, 하인리히 법칙


운전을 하다보면 '사망사고 발생지점' 또는 '교통사고 다발지역'이라는 문구가 종종 눈에 띈다.
이런 끔직한 경고를 하는 이유는 단지 운전자에게 사망장소 또는 사고다발 지역을 광고를 하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한번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또 다시 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주의를 주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교통사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옛말에 제비가 낮게 날면 곧 비가 온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어른들로 부터 자주 듣던 말이다.

과연 그럴까?
제비가 낮게 나는 것은 먹이인 잠자리가 낮게 날기 때문이다.
잠자리가 낮게 나는 것은 공중에 습기가 많아 날개가 젖기 때문이다.
잠자리는 잘 보이지 않지만 제비가 낮게 나는 것은 쉽게 목격할 수 있기 때문에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고 한 것이다.

이처럼 세상 모든 것은 징후를 앞세우며 다가온다.
그리고는 흔적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주위에 아주 많다.
이번에는 실제의 사건을 통해서 알아보자.


2008년 5월 12일, 중국 쓰촨성에서 일어난 대형 지진도 마찬가지였다.
지진은 결코 어는 순간 불쑥 찾아 오지는 않는다.
여러가지 징후들과 초기 미진까지 앞세우며 일어난다.

쓰찬성 지진 역시 발생하기 전에 여러 징조들이 나타났다.


보름 전 후베이 은스 시에 있는 관인탕 저수지에서는 8만 톤 가량의 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저수지 바닥이 갈라지면서 일어나는 전형적인 지진 징후 중 하나이다.

또 지진 발생 10여일 전에 지진운이 발생하는가 하면 지진 발생 사흘 전에는 이상 징후를 느낀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집단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진운이란 지층 속에 있던 뜨거운 김이 갈라진 틈으로 흘러나와 형성되는 구름을 말한다.



 

사회적인 현상들도 마찬가지다.


교통사고가 잦은 곳은 대형사고가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몇 가지 잠재적인 징후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우연처럼 겹치지면, 큰 사건으로 이어진다.
한 번의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여러 번의 작은 사고가 지나가고 잠재적인 사고는 더 많이 지나간다는 것이다.

이것을 처음 통계적인 법칙으로 정립한 사람은 '하버드 윌리암 하인리히'였다.
미 해군장교 출신의 하인리히는 보험회사에서 보험감독관으로 산업재해 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보험회사에 접수된 5만 건의 사건, 사고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여 이들의 통계적인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분석에 의하면 한번의 대형사고, 이를테면 산업재해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면 그 이전에 동일한 원인으로 부상은 29건,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사고가 날 뻔한 경우는 300건 정도가 발생했다고 한다.
1929년에 발표된 이 논문은 '하인리히 법칙'으로 명명되었다.

우리나라 교통 관련 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도 이와 근사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교통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장소에서는 그 이전에 35~40회 정도의 가벼운 사고가 있었고, 300여 건 정도의 교통법규 위반 사례가 적발되었다.
가벼운 교통사고나 경미한 접촉사고라도 자주 발생하는 장소에는 머지않아 대형 교통사고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 현상이나 사회 현상 모두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다.

어떤 사회적인 큰 사건이 일어날 때에도 어느 날 갑자기 특정사건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이를 암시하는 작은 사건들이 잇따라 지나간다는 것이다.

사회 기강이 흐려지고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어지다가 결정적으로 큰 사건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
이것이 하인리히의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