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 시장과 달리 선물 시장의 거래는 일정한 상품에 대해 일정한 가격으로 먼저 결제한 후 일정한 시점에 상품의 인수.인도(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은 농산물이나 지하자원 등 가치를 지닌 실물뿐 아니라 화폐나 주식 등 무형의 금융자산을 포함한다,


우리나라는 주식이나 외환 등 금융자산이 아닌 실물 상품을 다루는 선물시장은 2008년 7월 21일 개장된 돼지고기 선물시장이 시초이다.

선물시장은 흔히 가격변동에 따른 생산자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시세의 변동을 노리고 차익을 추구하는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의 투기시스템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오늘날의 선물시장에 해당되는 일제시대의 미두시장에서 있었던 한 투기꾼의 인생역전에 대한 내용이다.

1921년 5월.

당시 경성 시내에는 자동차라고 해봐야 200여 대가 고작이었다.
그나마 서울 시내에 있는 자동차의 3분의 1 이상이 경성역에 대기중이었다.

스물두 살, 청년 백만장자 반복창의 결혼식에 온 하객들을 실어나를 자동차였다.
결혼식 장소는 하세가와마치(현 북창도 일대)에 있는 조선호텔.

결혼식 비용만 지금 돈으로 30억 원에 달했다.
실로 조선을 대표하는 호화결혼식으로 역사에 남을 만한 이벤트였다.


근대조선의 미두(米豆)시장

열두 살에 남의 집살이로 출발해 조선 최고의 미녀와 초호화결혼식을 올리게 된 비결을 파악하려면 당시의 미두 시장에 대하여 알아보아야 한다.


1896년 인천에 개설된 조선미두시장은, 쌀을 현물 없이 10%의 증거금만 가지고 청산거래 형식으로 사고 팔던 곳이었다.
당시 미두시장에서는 최소 100석 단위로 거래되었으므로 미두를 거래하려면 요즘 돈으로 적어도 몇 천만의 밑천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증거금은 10%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하루에 10 ~ 20원씩만 오르내려도 요새 돈으로 하루에 1 ~ 2억씩 따거나 잃게 된다.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 투기였던 셈이다.

거래성립을 알리는 딱딱이 소리 한 번에 대박과 쪽박이 판가름나는 미두시장은 실제로 공인된 투기장이나 다름없었다.


미두왕이 된 반복창

반복창은 열두 살 때부터 일본인이 운영하던 미두중매점에서 점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미두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언젠가 일확천금을 이루겠다는 꿈을 키우며 밤을 새워가며 그날그날의 미두시세를 연구했다.
그렇게 8년 동안 남의 집에서 일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아 밑천을 마련한 반복창은 결국 400원을 들고 잔챙이 미두꾼으로 나서게 된다.

마침내 반복창은 한 섬에 55원씩 1만 섬을 산 후 73원씩에 되팔아 단 한 번 거래로 18만 원의 차익을 벌어들여 세상을 놀라게 한다.
오늘날로 치자면 55억원을 한꺼번에 쏟아부어 며칠 만에 180억원의 차익을 벌어들인 셈이다.

마치 귀신이 붙은 것처럼 그렇게 맞히기를 몇 달 하고 나니 반복창의 재산은 어느덧 40만원, 요즘 돈 400억원으로 불어나기에 이른다.
미두꾼으로 나선 지 불과 1년 만에 미두왕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 것이다.   


투기꾼의 비참한 말로

그러나 투기의 말로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1년이 지나자 반복창의 시세예측은 빈번히 빗나가게 된다.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고, 사면 '꼭지'요 팔면 '바닥'이었다.

2년 만에 400억원을 다 잃고 다시 빈털터리가 된 반복창은, 쌀값이 오르는지 내리는지를 알아맞히고 푼돈이나 주고받는 도박을 하면서 미두시장을 기웃거리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이혼까지 당한 반복창은 나이 서른에 중풍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된데다 정신마저 이상해지고 만다.

팡이 없이는 걷기조차 힘들었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같이 미두시장을 기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쌀값이 오는다, 쌀값이 떨어진다..."


반복창은 마흔이라는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그가 죽은 지 20일 만에 조선미두시장도 문을 닫는다.
말하자면 반복창은 조선미두시장과 흥망의 역사를 함께한 인생이었다.



이제 반복창은 죽고 미두시장은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이 땅에는 무수히 많은 반복창이 있고, 무수히 많은 미두시장이 성업중이다.

반복창이 미두왕으로 군림한 기간은 2년에 불과했다.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투기로 흥한 자 투기로 망한다.  

Posted by Zoo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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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07 08: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BlogIcon 라오니스 2012.01.07 10: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쉽게 들어온 돈은 쉽게 나가는 법이군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는대요..

  3. BlogIcon 바닐라로맨스 2012.01.07 11: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이 투자지... 도박이네요;;
    합법화된 도박;

  4. BlogIcon 돈재미 2012.01.07 1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복창의 인생이 요즘의 주식시장에 기웃거리는
    주식 거지들과 비슷하군요.

  5. BlogIcon +요롱이+ 2012.01.07 11: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박과 다를게 없다는...
    잘 보구 갑니다..^^

  6. BlogIcon 작가 남시언 2012.01.07 14: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투기는.... 쩝;;;
    그러나 투기일지 모를 때엔.... 현혹되면 안되겟어요 ㅠ

  7. BlogIcon Hansik's Drink 2012.01.07 14: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너무 잘보고 갑니다 ~ㅎㅎ
    투자를 해야지 투기를 하면 안되겠죠~ ^^

  8. BlogIcon 신구조화 2012.01.07 19: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말이 공감되네요
    투기로 흥한자..
    투기로 망하리라..

  9. BlogIcon 미스터브랜드 2012.01.07 20: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거 한 번 tv에서 본 것 같습니다.
    망하는 건 한 순간이더라구요.^^
    투기가 아닌 노력한만큼의 합리적인 댓가를
    얻을 수 있는 투자를 해야겠죠^^

  10. BlogIcon 착한연애 2012.01.07 20: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투기로 흥한자 쿠기로 망하리라...
    역시 투기는 안 좋은거 같아요...
    이런게 있음 꼭 피해자가 있더구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11. BlogIcon 일상속의미학 2012.01.07 22: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박자체를 별로안좋아해서요 ㅋㅋ
    잘보고갑니다^^

  12. BlogIcon 아레아디 2012.01.07 23: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력해서 꾸준하게 모아나가야겠쬬?ㅎ

  13. BlogIcon 까움이 2012.01.07 23: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투자도, 무언가를 아는 사람이 해야지요.
    주식도 마찬가지인거같아요.
    꾸준히 공부를 하고, 노력을 거두어야지요.

    • BlogIcon Zoom-in 2012.01.08 08: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주식도 투자가되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겠죠.
      근런데 주식투자는 공부보다는 욕심의 자제가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되네요.

  14. BlogIcon 한석규 2012.01.08 01: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자기가 노력으로 거두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15. BlogIcon 블로그토리 2012.01.08 06: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말이 정답입니다...ㅎㅎ
    휴일 즐거운 시간 되세요.^^

  16. BlogIcon 당당한 삶 2012.01.08 12: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한번은 대박을 노리고 싶은 생각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