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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꿈에서 벗어나고 싶다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 꿈을 꾸었다.

                            ▲ 실루엣만 사진과 비슷했음

당시 여름이라 마루에서 자고 있었는데 마루문이 미닫이였다.
그 미닫이가 열리더니 검은 실루엣의 덩치가 큰 남자와 사냥개처럼 보이는 개 한 마리가 나를 보고 있었다.

어두워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큰 개의 두 눈이 슬퍼보였다.
정작 무서운건 옆에 서있는 남자의 실루엣이었다.
남자가 고개를  대문쪽으로 돌리고 그 큰 개는 어쩔수 없는 눈 빛으로 그가 향한 대문쪽을 바라보는 꿈이었다.

꿈에서 깬 나는 꿈이 무섭기도 했고 큰 개가 왜 무섭지 않았는지 이상했다.
나중에 생각하니 돌아가신 아버지가 개띠셨는데 그래서 그런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꿈을 꾸는데 모르는 할머니가 방을 돌아다니며 소금을 뿌린다.
"이집은 재수가 없어." 이러면서.
나는 무서움보다는 저 소금을 엄마 오기 전에 다 쓸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러지 말라며 쫓아다녔다.

그리고 나서 친정 아버지께서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다.
지병이 있으셨지만 유언없이 그렇게 가실줄은 몰랐다. 

몇 년이 지나고 친정 어머니께서 고혈압으로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같은 병실에 있던 아주머니께서 친정 어머니께 "혹시 남편이 군인이었어요?" 라고 물으시더란다.
그렇다고 했더니 꿈에 군인이 병실에 들어오길래 누구냐고 했더니 엄마쪽 침상을 가리키며 저 사람 남편된다고 하시더란다.

그때 나도 갑자기 전에 꾸었던 꿈들이 생각이 났는데 말하면서 몸이 오싹했었다.
그 두가지 꿈은 지금도 지금도 아주 선명하게 생각이 난다.   



나는 꿈을 거의 매일 꾼다.

거의 매일 생각나는 꿈들을 적었다가 책으로 내볼까하는 생각을 한적도 있었다.
꿈의 내용과 장소 등장 인물들은 다양하지만 워낙 자주 꾸다보니 나름 정해진것도 있다.

주로 무서운 꿈이 많고 다음으로 예전에 다녔던 학교나 직장에 지각하거나 준비물을 못챙긴 꿈을 꾸고  운전을 마치 카레이서처럼 하면서 멋지게 질주하는 꿈을 자주 꾼다.
지금 현실에서 알고 있는 인물들이 나온 적은 별로 없고 대부분 20세 이전에 알고 있었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재밌는건 나는 항상 현재의 '나'가 등장한다.
기분 좋은 꿈이나 재미있는 꿈은 별로 없다.

지금은 꿈 속에서 꿈을 꾼다는 걸 인지할 정도로 선수가 됐지만 어릴 땐 자는 게 무섭고 두려웠다.
또 무슨 꿈을 꿀까해서.
가끔 꿈을 꾸다 깨고 나서 다시 잠들면 전편에 이은 후편을 이어서 꾸기도 한다.

내 꿈의 특징은 장소나 배경이 전체적으로 자세히 보인다는 것이다.
어슴프레한 골목길에 가로등 하나 바닥은 물에 젖어 있고, 날은 밝지만 파도가 높은 바닷가 한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하얀 성에 좁은 길이 미로처럼 나 있는 곳 등등.

남편에게 꿈 얘기를 하다보면 무슨 꿈을 그렇게 자세히 영화처럼 꾸냐고 신기해 한다.
남편은 반대로 거의 꿈을 꾸지 않는다. 

전에는 인터넷으로 꿈해몽도 찾아보고 왜 자꾸 꿈을 꾸는지 원인도 찾아보고 정신적으로 정서상으로 무슨 문제가 있나 알아보려 했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면 꿈을 꾸고 싶지 않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렇게 많이 꿈을 꾸었는데 한번도 연예인이 나온 적이 없네...
베개 밑에 사진 넣고 나올때까지 기다려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