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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Interest

자리가 사람을 만들진 않는다, 피터의 원리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책임있는 자리에 올라 가게 되면, 그만큼의 책임감과 중압감으로 인해, 사람이 성장하고, 결국에는 그 자리에 부합되는 인물로 거듭나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말은 모든 경우에 적합하지는 않다.
아니 대다수의 경우는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위계조직(피터의 원리는 관료조직으로 설명함) 내의 구성원들은 한 번 또는 두 번의 승진을 통해 자신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위 직책을 맡게 된다.

그리고 그리고 승진된 직책에서 능력을 발휘하면 다시 상위 직급으로 승진할 기회를 잡게 된다.
따라서 모든 개인들은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나는 단계까지 승진하게 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직위는 그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구성원들에 의해 채워지는 경향을 갖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지위까지 승진하게 되면 그 사람은 그것이 자신의 최종 직위임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며 현재의 무능력은 자기가 게을러진 탓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더 열심히 일함으로써 새로운 직위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며, 때문에 점심시간에도 일을 하고 일거리를 집에 가지고 가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무능을 감추려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
어떤 이가 무능의 한계에 도달했을 때 보이는 증상들은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해야 안심하는 종이공포증, 반대로 서류를 산처럼 쌓아놓는 문서중독증, 책상기피증, 전화중독증, 도표집착증, 아무 의미 없이 말만 길게 하는 만연체증상 등 다양하다.

이러한 현상을 피터의 원리라 한다. <자료 : 네이버 백과사전>


군대를 예로 들어보자.
일선 지휘관이 능력을 인정받아 더 높은 자리로 승진했다면 새로이 승진한 직위에서는 군인으로서 그의 자세나 부하 통솔력, 용맹스러움 등이 점점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보다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할 경우에는 약삭빠른 정치인이나 정부 관리들을 다루고 이해관계자들을 조정하는 일이 주요 업무가 된다.
여기서 원칙에 투철한 군인은 이해관계자 역할이 필요한 정치인으로서는 무능해지기 쉽다.


맥아더와 아이젠하워

피터의 원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맥아더와 아이젠하워 두 사람은 성격도 스타일도, 걸어간 길도 극적으로 대비되는 군인이었다.
맥아더는 웨스트포인트 미 육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50세에 대장으로 승진했다.
이는 미군 역사상 가장 빠른 승진 기록이다.

반면 아이젠하워는 맥아더보다 12년 후배로 그저 그런 성적으로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중령 계급장만 16년 동안 달았던 무명의 초급 장교였다.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아이크(아이제하워의 애칭)는 마샬 장군에게 발탁되어 해마다 준장, 소장, 중장, 대장으로 승승장구 진급했고, 마침내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영웅이 되어 귀국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 미국의 패튼 장군, 영국의 처칠 수상,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 등의 협조가 절실했고, 조정자로서 아이크의 리더쉽이 없었다면 연합군의 승전보는 역사상에 없었을 것이다.

이에 반하여 군사적인 전략밖에 모르는 고집불통의 맥아더가 아이크의 위치에 있었다면 피터의 원리는 최악의 상황으로 작동하였을 것이다.

두 사람을 비교하자면 맥아더는 장군으로서는 유능했지만 정치적으로 무능했던 반면 아이크는 초급 장교시절까지는 그저 그런 군인이었으나 별을 달면서부터 승승장구하였고, 대통령까지 한걸음에 내달린 사람이었다. 

여기서 관료제의 병폐인 피터의 원리가 작동되었다면 아마도 미국사회는 끔직한 대통령을 맞았을 것이다.
만약 미국의 대통령 선발이 선거가 아닌 관료주의의 특성인 내부승진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연공서열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맥아더가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맥아더는 미국 역사상 가장 무능한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피터의 원리를 피하는 방법

조직에 있어서도 하위직은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전체를 보는 안목과 조직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게 된다.

기술자나 현장 책임자로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승진하여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면 가장 무능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통상 자리가 하나 비게 되면 바로 아래의 하위직에서 유능한 사람이 발탁되는데, 그 사람이 더 높은 자리에서도 유능한지는 전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터의 원리에 근거하면, 행복한 삶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의 성공에 만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 이상의 승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을 무능력하게 만들고 마는 승진에 집착하기보다는 유능한 구성원으로 남을 수 있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더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자리보다는 일에 만족하는 전문가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IT분야에 비추어 말한다면, 백발의 프로그래머가 얼마나 멋있는지 우리나라에서는 알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