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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all/영화 이야기

트란 안 홍 감독의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 - 파파야가 익어가고 인생도 익어가고

 

트란 안 홍 감독의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

 

하루 종일 걸어 밤늦게 도착한 집 안은 고요하기만 하다. 하지만 어린 무이는 고향집을 떠난 두려움과 외로움이 잊혀질만큼 편안함을 느낀다.

아직 익지 않은 파파야가 싱그러운 아침과 함께 무이를 반겨주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낯선 집에서 하룻밤을 지낸 무이의 얼굴은 편안해 보인다. 아니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어 보이기까지 하다.

동그란 얼굴에 맑은 눈을 가진 작은 소녀 무이의 표정은 아침 공기만큼이나 싱그럽다. 파파야 향기가 어떤지 모르지만 무이를 닮은 듯 하다. 

 

이렇다 할 대사가 없는 장면들과 클로즈업 되는 화면은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특히 무이가 일어나는 새벽의 풍경은 신선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다.

창문을 열면 선선한 바람에 실려 오는 짙은 녹색의 향기가 싫지 않은 듯 무이는 아침 공기를 보고 만지고 느낀다. 

 

 

파파야가 익어가고 인생도 익어가고

조용한 너무나 조용한 집 안에서 작은 소동을 벌이는 악동 소년의 개구짓이 웃음짓게 만드는 이 영화는 무이의 성장 이야기로 흐른다.

하지만 어린 무이에 비해 어른 무이의 모습은 잠시 적응 시간을 가져야 할만큼 간격이 크다. 어린 무이가 그렇게 고생을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은 어른으로 등장해서 말이다. 

 

그린 파파야, 아직 익지 않은 파파야를 반으로 가르면 하얀 속살에 구슬처럼 박혀 있는 고운 씨앗들이 톡 터질 듯 담겨 있던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최소한의 대사와 피아노 선율만으로 1950년대 베트남의 서정을 가득 담은 영화이다.

 

하지만 대사가 거의 없는 영상만으로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면 만족스럽지 않은 영화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