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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마음을 너무나 짠하게 했던 영화 '환생'을 보고


'환생'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원인모를 지하의 전파때문에 죽었던 사람들이 살아 돌아오는 이야기였다.
일정한 구역 안에서만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에 과학자들은 이들의 출현을 외부에 숨기고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40년전에 죽었던 어린 아들이 그때 그모습 그대로 돌아오고 남편이 돌아오고 부인이, 그리고 형제가 돌아왔다.


그런데 그 중 한 장면!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학생의 영정 사진이 보이고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어떤 남자를 향해 울부짖는다.
"조사를 더 철저히 하라구요!"

이지메로 죽은 남학생의 장례식이었다.
그런데 뒤에서 죽었던 그 학생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자신의 장례식장에 멍한 얼굴로 들어오자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그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모두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가여운 아이들이 모두 이렇게 돌아올 수 있으면 좋으련만...'
특히 자살한 아이들의 부모들는 지금 이 사실이 꿈이기를 바라며 당장 "엄마!"를 부르며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적을 얼마나 바라겠는가.  

영화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그 남학생의 일거수 일투족에만 눈길이 가는건 어쩔 수 없었다.
다음 날 학교로 간 그 아이는 자기의 책상을 만져보고 친구들을 보는데 그 중 가해자인 듯한 남학생의 얼굴이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서 나지막히 말을 건넸다.
"내가 죽어서 미안해"
가해 학생은 남학생의 멱살을 거칠게 잡더니 슬며시 놓고는 돌아서서 벽을 치며 괴로워 했다.
아마도 그 아이도 죄책감에 괴로워 했으며 아주 미안해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듯 보였다.

나는 마치 이 장면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왕따로 자살한 아이들의 모습인 것 같아서 마음이 짠하고 저리듯 아팠다.

그 중 한 여학생이 남학생과 단 둘이 있을 때 너를 좋아했었다고 그리고 이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고백을 했다.
그 말을 들은 그 남학생이
"나는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어.
 만약 한 사람이라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걸 미리 알았다면...." 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에휴... 그 말에 내 억장이 무너지는것 같았다. 
또래 집단에서 낙오되고 또래에게 인격적으로 짓밟히면서 느끼게 되는 모멸감과 외로움을 가족의 사랑만으로는 견디긴 힘들었나 보다.

나를 힘들게 한 것도 친구이지만 그런 나를 이해해주고 위로해주고 더 나아가 치료해 줄수 있는 것도 바로 같은 또래 친구였던 것이다.
그런 친구가 한 사람만 있었더라도 극단적인 선택은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영화의 결론은 결국 환생했던 사람들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왔다.
모두가 아쉬워 하며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그 남학생과 여학생은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남학생은 아주 밝은 얼굴을 보이며 사라졌고 여학생도 눈물을 보이지 않고 안녕을 고했다.
언뜻 이런 상상을 해봤다.
원통하게 자살한 아이들에게 딱! 한번만 일정한 시간만이라도 좋으니 '환생'의 기회를 주어 얼마나 많은 친구가 '나'를 사랑했었는지 알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고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죽는 순간까지 괴로움과 외로움에 몸서리쳤을 아이들이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