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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지혜로운 이야기

은폐의 지혜



이솝우화 중에 해와 바람이란 이야기가 있다.


해와 바람이 두꺼운 외투를 입은 남자의 옷을 먼저 벗기기를 내기하는 것이다.
바람이 먼저 엄청난 바람을 남자에게 불게한다.
그런데 남자는 바람이 세찰수록 외투의 옷깃을 더 단단히 여밀뿐이다.

다음엔 해가 남자를 향해 따뚯한 기운을 보내자, 남자는 코트를 풀고 땀을 닦으며 외투를 벗는다는 이야기이다.

해와 바람이라는 동화가 전하려는 메세지는 강함보다는 부드러움이 더 나음을 가르쳐 준다.
그런데 때로는 부드러움의 전략이 은폐의 지혜로도 발휘될 수가 있다. 

엄눌

엄눌은 해우 사람이다.
그는 성안에다가 큰 집을 하나 지으려고 했는데, 설계도는 이미 그렸으나 이웃집의 대들보 하나가 집터 쪽으로 삐져나와 있어 집을 반듯하게 지을 수 없었다.

그 이웃은 탁주를 파는 부부였는데, 그 집은 조상이 물려준 집이었다.
엄눌이 집을 짓는 목수를 이웃집에 보내 높은 값을 내고 그 집을 사겠다고 했으나, 집주인은 단연코 거절했다.

목수는 성이 나서 돌아와 그 일을 엄눌에게 말하니, 엄눌이 덤덤히 말했다.
"그럼 관계 말고, 다른 세벽을 먼저 쌓게."

시공을 하자 엄눌은, 매일 자기 부중에 필요한 탁주를 모두 그 이웃집에 가서 사오게 했다.
뿐만 아니라 돈은 언제나 미리 셈하여 주곤 했다.

이 부부는 평소 술장수로 겨우 호구나 하는 정도여서 살림이 곤궁했다.
엄눌은 그걸 알고 술을 사가는 매주들을 널리 소개해 주기도 했다.
이렇게 되어 술이 잘 팔리니, 일손이 모자라 일꾼들을 고용하게까지 되었다.


술장사는 나날이 잘되어 갔다.
집안에 쌓아 놓는 쌀이며 콩이며 하는 양곡과 술독들이 몇 배로 늘어나서 집안이 점점 비좁아졌다.

이웃 부부는 엄눌의 은덕이 아주 고맙게 생각되었고, 당초 자기네가 거절했던 일이 창피해졌다.
그들은 스스로 자기 집을 엄눌에게 바치겠다는 계약서를 써 왔다.
엄눌은 성안 다른 곳에 있는 집과 그 집을 바꾸어 주었는데, 그 집이 원래 집보다 넓어서 그들 부부는 기뻐하며 이사를 갔다.

엄눌은 권세로 그 집주인을 굴복시키지 않고, 은덕으로 그들을 감동시켰다.
그러면 아무런 시끄러움 없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보은을 받을 수도 있다.

엄눌의 이웃집 부부는 엄눌의 모략에 이끌려 들어가면서도 자기가 그리 된줄도 모를 것이다.
이 얼마나 절묘한 지혜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