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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이것들아~ 너희들은 엄마 잘 만난줄 알어!


바로 아랫동서네는 우리와 같이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었다.
큰 녀석은 이번에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작은 녀석은 중2가 된다.
작년 11월에 보고 다시 보는건데 작은 녀석이 훌쩍 더 커진것 같다.
발은 이미 항공모함인걸 보니 더 클 모양이다. 약간 통통했는데 살이 빠지고 키로 간 모양이다.

애들 크는 걸 보면서 세월을 느끼곤 한다.
우리 애들은 매일 보니 크는게 안보여서인지 세월의 흐름을 볼 수가 없다.
이미 저희 엄마보다 훌쩍 커 버린 애들때문인지 안그래도 자그마한 동서의 체구가 더 작게 느껴진다.
나도 마찬가지겠지만.

첫딸인 조카가 이번에 과학고에 입학을 하게 되어서 너나 없이 축하를 하는데 동서는 좋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고 한다. 
잘 하는 아이들만 모아 놓은 곳이라 공부를 계획적으로 해야하는데 얘는 벼락치기로 한다며 걱정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할 만큼 합니다요." 냉큼 대답을 한다.

그리곤 핸드폰 삼매경에 빠진다.
하루 중 핸드폰을 가지고 노는 시간이 너무 많다며 뭐라고해도 소 귀에 경 읽기란다.
하긴 기말고사 기간 중에 쿠키를 굽는다며 집 안을 뒤집어 놓기도 했다니 동서 속이 탈 만도 하다.

뭐 하나에 꽂히면 순서에 관계없이 그 일에만 집중한단다.
그런데 그 일이 끝나면 그때서야 미처 못했던 것을 하느랴 안달복달하며 엄마한테 짜증을 부리는 모양이다. 

키도 크고 힘도 저희 엄마보다 세서 때릴수도 없지만 때린다고 들을 애도 아니란다.
그럴때마다 속 터지며 기다리다가 한 번씩 예고편 보내듯 경고(?)성 말만 건넬뿐이란다.

작은 녀석은 동물에 관심이 많다. 아주 어릴 땐 공룡을 좋아했었다.
그 땐 그저 남자 아이라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점점 크면서  벌레들을 좋아하더니 학교에 들어가자 파충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공룡을 빼고는 관심가는 동물들은 사서 길러본다.
동물을 싫어하는 동서는 처음엔 질색하더니 아들 녀석 때문에 조금씩 접하다보니 이젠 생태계를 가르치는 방과후 선생님이 되었다. 

동서네 집엔 각종 곤충류가 애벌레 단계부터 키워졌고 다람쥐나 햄스터,거북이 개구리등 허용할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집 안에서 키울수 있는 것은  키워봤다고 한다. 강아지만 없었나보다.

지금 집에 있는것은 청개구리와 도마뱀이다. 
도마뱀의 거주 전용 박스를 제작해서 넣어 두는데 배설물 냄새가 심하다고 한다.
또한 먹이가 벌레들이라 이걸 보관하는것도 문제고 가끔 탈출한 놈들을 잡으러 온 집안을 수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뒷산에 올라가 먹이나 집 안에 넣어 줄 나뭇가지나 나뭇잎을 주우러 다니느라 공부는 뒷전이라고 한다.  

그래도 아들이 이뻐서(?) 이것들을 다 눈감아 주고 있다고 농담처럼 말하니
"그럼 엄마 이왕 눈 감아 주는 김에 뱀도 한마리 키우자."
"뭐!!"
동서는 경악하고 이 녀석 한 술 더 뜬다.

뭐 국내에 6미터 짜리 뱀이 3마리 있다나 뭐라나 이러다간 조만간 동서네 집이 작은 쥬라기 공원이 될 것 같다.  

동물도 좋아하지만 스포츠, 특히 축구나 야구도 좋아한다.
그런데 직접 하는것 보다 보는걸 즐긴다.
동물에 스포츠 관람에 정신을 뺏겼으니 공부 성적이 좋을리 없다.
뭐라 한마디 해도 이 녀석도 누나와 마찬가지로 소 귀에 경 읽기란다.

내가 "그 자료를 잘 모았다가 나중에 입학사정관 자료로 활용해봐. 이런게 진짜 자료잖어." 그랬더니 그 자료 정리를 본인이 해야 하는데 키우는데만 정성을 쏟고 자료정리는 뒷전이란다.
그래도 게임에 빠진 것 보다야 낫다고 스스로 위로한단다.
듣고 있던 녀석들이 엄마도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불만을 털어 놓는다.

저희 엄마에게 까칠한 조카딸과 능글맞게 살살 엄마를 약올리는 조카녀석에게 한마디를 했다.

"너희들은 엄마 잘 만난줄 알어. 지금 복에 겨워 불만이지? 다른 집 엄마 같았으면 국물도 없어.
 꺄~불지 말어 이것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