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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의미있는 일상

난 세번째 남자가 좋아!



첫번째 남자

호리호리하다못해 말라보이기까지 했던 그 남자는 마른 얼굴에 잠자리 안경을 끼고 있었다.
(당시 전영록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해가능)

60키로도 안되는 체구에 날카로운 이성을 가진 듯한 예리한 두 눈은 나름 매력적이었다.
말라보이는 체격은 가끔 다른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들과 비교가 되고 하얀 살결에 하얀 손은 그의 성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들기도 했다. (피부 색만 본다면) 


옷을 사러 가면 항상 S사이즈를 사야했기에 의상 선택이 한정적이었다.
허리 사이즈는 아예 맞는게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당사자도 그렇겠지만 나도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더 이상 작은 사이즈는 없는데요."라는 점원의 말을 들으며 작은 사이즈의 옷이나 바지를 찾으러 헤매야 했으니까.

그러다 결심했다.
'그래 이 남자 내가 먹여서 살 찌우자.'

 

두번째 남자

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누구지?' 생각하는데 그 남자가 돌아선다. 전혀 모르겠다.

'도대체 저 남자를 누가 저렇게 만든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남자는 완전 '관리소홀' 그 자체였다.
넙대대한 얼굴은 턱선에서부터 목까지 부드러운 살이 흘러내리면서 겹쳐져 있고 키에 비해 두꺼운 볼륨이 있는 어깨는 부담스러워 보인다.


배가 불룩 나왔음에도 양복 상의 단추를 잠그니 단추가 튕겨 나올까 조마조마하다.
막달 임산부의 '출산임박' 딱 그 모양이다.
목에 맨 넥타이가 너무 조이듯 보여 내 목이 아프다.
안경을 벗어 닦는데 손등이 잘 쪄논 찐빵 같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오동통하다.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데  밥을 아주 빨리 먹고, 반찬은 맵고 달고 새콤한 것들만 한 입 가득 먹는다. 
밥 먹고 나자 '후식'을 먹고 늦은 시각 '야식'을 먹는다.
풍선에 바람 넣듯 배는 점점 더 불러오고 손등은 터질것 같고... 조만간 무슨 일이 터질것만 같은 불안감이 몰려와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세번째 남자


뺨에 물이 흐르듯 피부에 윤기가 나며 부담스럽지 않고 적당한 볼륨감이 있는 어깨선이 중후한 중년 남성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턱선과 목선이 분리되어 한결 숨통(?)이 트여 보이고 약간 넉넉한 상의는 이제야 제 모습을 찾았다.



20여일 전 남편은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했다.
혈압약 처방을 받기 위해 한거였는데 당수치가 매우 높게 나왔다며 의사가 당장 약을 먹고 빠른 시일 안에 살을 빼야 한다며 지방분해하는 주사를 맞자고 하였다.

주사는 싫고 알아서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당뇨 약만 처방 받아서 왔다.
다음 날부터 당장 다이어트 식단을 정해서 식단대로 먹으며 운동을 시작했다.
전부터 그렇게 살빼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지만 듣지 않더니 병과 연결되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이다.


담배를 끊고 나서 군것질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때는 입이 심심해서 그러려니 이해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되니 점점 습관처럼 먹기 시작했고 양은 점점 더 늘어났다. '탄수화물 중독' 같았다.

뺄게 많아서인지 식단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눈에 띄게 배가 줄어들고 얼굴 라인이 살아났다.
탄력을 받자 운동을 겸하니 빠지는 속도에 가속이 붙었다.

그러다 문득 보니 20여일 전과는 아주 다른 남자가 허물을 벗듯 나타나 있었다.
아직 조금 더 털어 버려야 할 지방이 남아 있지만 옷 입는 즐거움을 알았으니 목표치는 달성하리리 믿는다. 


당뇨수치도 정상으로 떨어졌다고 하니 다행이다.
남편! 조금 더 노력하면 다가오는 새 봄엔 새 몸(?)에 맞는 새 옷을 하나 사 줄 것이니 끝까지 잘 마치고 관리 잘 합시다! 

난 첫번째는 좀 그렇고 세번째 남자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