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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느낌있는 여행

[전통시장을 찾아서:신곡시장] 보리비빔밥집에서 외할머니의 냄새가 난다



신곡시장에 가서 시장을 둘러보고 점심도 먹기로 했다.


떡볶기, 순대집도 지나고 먹음직스런 전이 지글지글 익고 있는 반찬집도 지나고 전통과자집에서 시어머니께 드릴 과자를 샀는데 살살 배가 고파오니 하나 둘 꺼내 먹으며 시장 구경을 하고 있었다.


점심때가 훨씬 지나서 간단히 점심을 먹으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작은 분식집을 발견했다.
간판은 없는데 '보리비빔밥 3,500원'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안그래도 칼로리가 적은 음식을 찾고 있었는데 메뉴도 가격도 착한것 같아서 이걸 먹기로 결정했다.

깔끔한 하얀색 페인트로 내부를 칠한 식당은 분식집이라기보다 (주인한테 여쭤보니 '자매분식'집이라고 하셨다) 밥집이었다.
점심땍 지난 때라 식당 안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지만 시장 상인들에게 배달할 음식들때문에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바쁘게 움직이고 계셨다.


나는 보리비빔밥을 남편은 청국장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며 남편은 이것저것 아저씨께 물어보고 아저씨는 아주 친절하게 답변을 해 주셨다.

보리비빔밥과 된장찌게 그리고 간단한 반찬류가 차려지는데 아주 먹음직스러웠다.
청국장은 식탁 위에서도 보글보글 끓고 갓 지은 밥에서는 뜨거운 김이 폴폴 나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음식이 늦어져 미안하다고 하시며 밥을 비비는 내게 된장찌게의 건더기를 건져서 함께 비비면 더 맛있다며 두부와 냉이등 건더기를 다 넣으라고 하셨다.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알려주신대로 비벼서 먹으니 정말 맛있다.
"음식 솜씨가 좋으세요." 했더니 손사래를 치시며 그정도는 아니라고 하신다.

정말 맛있는데 말이다
우리가 먹고 있는데 옆 다른 식탁에서 잘 숙성된 밀가루 반죽을 조금씩 나누시면서 우리와 대화를 나누셨다.



커다란 밀가루 반죽을 보니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강원도 장터에서 칼국수 집을 하셨던 외할머니는 아침 일찍부터 외할아버지와 함께 칼국수를 만들 밀가루 반죽을 만드셨다.


큰 덩어리로 나눠 면보자기를 씌우고 따뜻한 곳에서 숙성을 시킨다.
숙성이 되어 찰지게 된 반죽을 주물럭주물럭 거리다 홍두깨에 감고 바닥에 밀가루를 흠뻑 뿌린후 밀기 시작한다. 방향을 바꿔가며 홍두깨에 둘러진 반죽을 얇게 더 얇게 되도록 한참을 어깨를 들썩이며 민다.

그러기를 한참, 홍두깨를 빼면 커다란 동그라미 반죽이 펼쳐진다.
그 반죽을 둘둘 말아서 칼로 썰기 시작하신다. "썩!썩!썩!썩!......."
칼이 워낙 잘 드는지라 똑똑똑... 소리가 아니라 아주 잘 베어지는 소리가 난다.
순식간에 기다란 반죽은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지고 국수가 붙지 않도록 두 손으로 국수를 헤쳐 놓으신다.

이미 밖에서는 외할버지가 군불을 때시며 멸치육수를 내는 냄새가 진하게 나고 있다.
강원도라 칼국수에 감자를 넣으셨는데 외할머니 음식솜씨가 좋으셔서 점심때쯤이면 항상 손님이 많았던것 같다.


그래서 어린 나는 점심을 항상 칼국수 국물에 밥을 말아 먹어야 했다.
그때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칼국수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음식을 잘 하시는 분이라 조청이나 엿, 떡이나 다식(송화가루나 흑임자가루,콩가루에 꿀을 넣어 반죽해서 틀에 찍어낸것)등을 해주시면 너무나 맛있게 먹었었다.

지금도 외할머니의 만두맛을 기억하는데 친정 엄마도 그 맛을 못내신다.
일단 냄새가 아니다.
똑같은 재료를 넣었는데도 말이다.
손맛이라는게 정말 있는 모양이다. 
힘든 장사를 하시면서도 우스갯소리를 잘 하셨던 분이라 항상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셨다.


갑자기 잊었던 기억들이 하나 둘 고개를 내민다.  
'자매분식'집 아저씨 아주머니 때문인가 보다.

맛도 좋지만 남기는건 예가 아닌듯 해서 아주 많은 양인데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더니
"밥 좀 더 드릴까요?" 하신다. "아니요.아니요."
이미 배가 터질 듯 한데 잘 먹는 모습을 보고 더 주고 싶으셨나 보다.

우리 할머니처럼 말이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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