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창/지혜로운 이야기

임기응변



하루 동안에 백 번을 싸워도 나지 않던 승부도 왕왕 한 순간에 승패가 결정된다.

몇 년을 공들여 만든 튼튼한 수레도 왕왕 한 순간의 소홀로 전복될 수 있다.

위기를 민첨하게 직감하여 재난을 적시에 피하는 일은, 결코 평범한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연안의 늙은 교두

송나라 인종 때, 당항인이 연안성을 이레나 포위 공격했다.
그때 범옹이 군사를 거느리고 연안성을 지켰는데, 적들이 진공을 계속하며 멈추지 않았다.
여러 번 함락당한 위기를 맞을 만큼 연안성의 형세는 아주 위급했다. 범용은 다급해서 안절부절 못했다.


그런데 늙은 교두 하나가 범옹을 찾아와 말했다.
"소인은 여기 변강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입니다. 적들의 이런 포위 공격은 전에도 여러 번 겪어
 보았는데, 그때도 항상 이렇게 위급했습니다. 그러나 당항인은 성을 깨뜨릴 능력이 없어서 나중에는 
 언제나 성을 포기하고 물러갔습니다.

 그러니 장군께서는 너무 심려 마십시오. 적들은 성안을 절대 들어오지 못합니다. 소인을 시켜 군사를
 거느리고 적들을 막게 하십시오. 만약 적들이 입성을 한다면 소인은 군법을 달게 받겠습니다.
 그 책임은 소인이 전적으로 지겠습니다."


범옹은 이 늙은 교두의 말을 듣고 마음이 한결 놓였다.
그 말이 퍼지자 군사들도 한결 안정이 되었고, 사기도 상당히 올랐다.

이렇게 되어 난을 평정한 다음, 늙은 교두는 적들의 허실을 정확하게 판단하여 싸움을 크게 도왔다는 이유로 큰 상을 받았고 계급도 올라갔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늙은 교두에게 물었다.
"자네는 담이 보통으로 큰 게 아니네. 그때 자네가 그렇게 호언장담했다가 적군이 물러가지 않았다면
 어쩌려고 했는가?
목이 달아나는 게 겁나지 않던가?"

그러니 늙은 교두는 크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이 사람아.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있나.  적군이 성을 함락하고 들어온다면 모두들 살겠다고 줄행랑
 놓기 바쁠 것인데, 언제 누가 나를 죽이려 고 하겠나. 나는 그런 걱정은 한 적이 없네.
 나는 다만 민심을 안정시키려고 그런 장담을 했을 뿐이네."


이 얼마나 멋진 임기응변인가? 그러한 지혜는 삶의 연륜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임기응변에 대한 또 다른 얘기가 있다.

고려 사람 박항의 부모가 몽골군한테 죽었는데, 그 시체를 찾을 수 없었다.
전장에서는 시체들이 썩어 문들어져서 어느 것이 누구 시체인지 분별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그 때 박항은 임기응변을 발휘하였다.
당신이라면 이런한 긴박한 상황에서 어떤 지혜를 발휘하겠는가?


그에 반하여 송나라 철종 때 대신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젊었을 때 아버지는 죄를 지어 주애라는 곳으로 좌천되었다가 그곳에서 죽었다. 후에 대신이 잘살게 되어, 아버지의 영구를 옮기려고 영구가 있는 사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거기에는 해골들만 있는 관들이 여러 개 있었는데 그것들을 구분할 방법이 없었다.
사정이 그러자 대신은 짐작이 가는대로 관 하나를 가져와 어머니와 합장을 했다.

그런데 후에 대신은 잘못된 영구를 가져와 자기 어머니와 합장했다는 말이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