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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창/동화로 보는 세상

소통의 첫단계는 '들어주기'이다, '지각대장 존'을 읽고


지각대장 존존 버닝햄(John Burning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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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가 학교 가는 길에 하수구에서 나온 악어에게 책가방을 뺏기고 장갑을 빼았겼다. 그렇게 시간을 지체하다보니 지각을 했다. 선생님께 그대로 말을 했지만 선생님은 거짓말을 한다며 반성문을 300번쓰는 벌을 주셨다.


다음날 이번엔 갑자기 나타난 사자에게 물려 싸우다 또 지각을 하고 말았다. 선생님께 사실을 말했지만 이번엔 반성문 400번 쓰는 벌을 받았다. 다음날은 바닷물이 갑자기 밀려와 물과 사투를 벌이느라 지각을 했고 선생님은 반성문 500번쓰기 벌을 주셨다. 그리고 다음엔 회초리로 때려주겠다는 험한 말씀도 하셨다.


다음날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학교에 지각하지 않았는데 교실에 들어서니 엄청 큰 고릴라에게 붙잡혀 천장에 매달린 선생님이 구조를 요청했다. "존 빨리 날 좀 내려다오"

존은 우리 동네엔 고릴라가 없다며 외면했다


 

처음 읽고 완전 빠져들었던 존 버닝햄의 작품으로 가장 좋아하는 동화책 중 하나이다. 
동화책의 겉표지 바로 뒷 면에 보면 진짜 초등 1학년이 쓴 직한 한글 반성문이 보인다.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시는 장갑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장을 반복해서 쓴 반성문인데 그 반성문을 보면서 마음이 답답했다.



주인공 존이 학교 가는 첫 장면의 그림을 보면 어두운 새벽처럼 배경이 어둡다.
학교가 멀어 새벽에 출발한건지 아님 학교 가는 마음이 무거웠던건지 ... 어쨌든 학교 가는 마음이 즐거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수구에서 악어가 나타나는 장면에서는 밝은 해가 화사하게 표현되어 있다. 악어와의 사투후 조금 밝아진 마음으로 존은 학교로 가지만 지각을 했고 선생님은 왜 늦었는지 추궁을 하신다. 아주 자그마한 존과 달리 엄청난 체구에 툭 튀어나온 눈과 코 그리고 검은 사각모에 검은 외투를 입은 선생님은 강압적인 자세이시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 지각이로군. 장갑은 어디 두고 왔지?"
"악어가 나와서 책가방을 물었고 그래서 ....."
"이 동네 하수구엔 악어따위는 살지 않아! 남아서 반성문 300번 써야 한다 알겠지?"


아마 내가 선생님이었다고 해도 하수구에서 악어가 나왔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하며 존을 나무랐을지 모르겠다. 어른들의 일반적인 상식으로 대도시 하수구에서 악어가 나온다는게 말이 안되니까.

다음 날은 사자가 나타났다고 하니 선생님의 입장에서는'이 녀석 오냐 오냐 했더니 점입가경이로군 '이라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근처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집단 탈출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가?

아이에 대한 선생님의 권위의식과 부족한 이해심으로 해서 존이 겪은 동화같은 사실들은 외면을 받았다. 그래도 악어를 만난 후부터는 존의 학교가는 길이 밝게 표현된걸 보면 아이는 아이인가보다. 선생님의 꾸중보다 환상적인 사건들과의 만남이 더 즐거워보이니 말이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정작 학교 가는 길에 아무 일도 겪지 않았던 존이 막상 교실에 들어서니 선생님이 털북숭이 고릴라에게 잡혀 천장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선생님에게 존은 
"이 동네엔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아요, 선생님"라고 말하며 교실을 나간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존의 뒷 모습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모습에 내 속이 후련해 졌다. 존의 말을 믿지 않았던 선생님은 이제 반대의 상황에 놓여지게 되었고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존을 보면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간혹 아이들이 허무맹랑한 말을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어른들은 다 들어 보지도 않고 즉시 대꾸한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공부나 해"
"됐고, 알았으니까 그만해"

아이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듣기가 충분해야 한다. 어른의 입장에선 무의미한 말일지 몰라도 아이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말일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떻게 매번 중요한 논점만 콕 꼬집어 말할수 있겠는가.

요즘 '소통'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소통이란 소통을 원하는 사람이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고 들어주어야 한다고.
내가 그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진심을 갖고 들어주어야 한다. 

상대가 내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지 건성으로 들어주는지를 사람들은 느낌으로 안다.
더구나 아이들은 더 빠르게 느낀다. 그래서 내 말을 진심으로 들어달라고 떼를 쓰는건지 모른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궁금한 점!!

존의 선생님은 천장에서 내려 왔을까? 내려왔다면 자기가 고릴라에게 붙잡혔던 사실을 존에게 뭐라고 말할까? 뒷 얘기가 무지 무지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