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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sitorium/과학

2월이 29일, 서양달력은 모순투성이다



2012년 달력을 보면 2월은 29일까지 있다. 그래서 이날 태어난 사람은 4년마다 한번씩 생일이 돌아오기 때문에 억울하다.
100년에 한번은 8년이 지나야 생일을 맞으니 남들보다 생일상을 못 차리니 마른 사람이 많지 않을까 궁금하다. 아니면 양력 생일이 아닌 음력 생일을 지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4의 배수인 년에는 2월이 29이나, 100의 배수일 때는 2월이 28일 이며, 400의 배수일 때는 또 2월이 29일임)

그러면 왜 이런일이 생겨났을까? 그 이유는 바로 서양 달력이 만들어진 배경에 있다. 
지금 전세계가 공용으로 쓰는 달력은 그레고리우스력으로 1582년 로마의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만든 달력이다.

이번 글에서는 서양 달력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과 모순점이 있는 서양 달력의 실체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서양 달력의 탄생 배경

서양 달력의 시작은 이집트 부터이다. 이집트는 1년이 365일인 것을 파악한 최초의 나라다.
그들이 1년의 날수를 비교적 정확히 안 것은 나일강 범람 때문이다. 나일강이 범람하고 나면 강 주변으로 옥토가 만들어지므로 본격적인 밀농사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나일강이 언제 범람하는지 알기 위해 하루하루를 손꼽아 기다리다 1년 길이를 정확히 알게 된 것이다.
그때 이집트인들이 계산한 1년 365일은 30일짜리 12개로 360일을 진정한 1년으로 보고 남은 5일은 불필요한 날로 보아 이때는 일을 하지 않고 축제를 열었다.

그런데 이집트 달력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실제 지구의 공전주기를 재어보면 1년의 길이는 365.25일 그러니까 365일 하고도 약 6시간이 남는다. 이 편차를 없애기 위하여 율리우스력(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시저가 만든 달력)에서는 4년마다 윤년을 두어 하루를 추가했는데 이 때문에 4년에 한 번씩 2월이 29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율리우스력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16세기 그레고리우스 13세 시대에 와서 그 편차는 열흘로 벌어졌다. 당시 발전한 천문학에 따라 정확하게 1년을 계산했더니 365일 5시간 48분 46초라는 결과를 얻었다. 율리우스력과 실제 해의 운동을 비교해보아 11분의 편차가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렇게 1,500여 년 동안 벌어진 편차로 춘분을 계산하면 3월 21일이어야 할 1582년 춘분이 3월 11일 이었다. 1583년부터 춘분이 제대로 3월 21일이 되도록 하기 위해 그레고리우스는 1582년 10월 4일 다음 날을 억지로 11일 더함으로써 10월 15일로 하여 1583년부터는 춘분이 3월 21일이 되게 했다.

말하자면 역사적으로 이 10일은 사라진 시간이 된 것이다.


서양 달력의 모순투성이

서양 달력은 1년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파악한 장점 말고는 별다른 장점이 없다. 아니 의외로 혼란스럽고 엉터리가 많다. 우선 1,500년 동안 벌어진 열흘의 편차를 억지로 없애기 위해서 열흘을 없애버린 것은 그럴 수 있다 치자.

지금의 서양 달력을 보면 어느 달은 31일이고, 어느 달은 30일로 되어 있어 원칙이 없다.
한 달이 꽉 찼으면 다음 달엔 하루가 모자란 식으로 잘 나가다 꽉 찬 7월이 지나 모자란 달이 되어야 할 8월에도 꽉 찬 달이다. 그 때문에 애꿎은 2월이 손해를 봐서 28일로 줄어 들었다.


                                  ▲ 아우구스투스 황제상

7월이 꽉 찬 달인 것은 시저가 율리우스력을 제정하면서 자기 생일이 들어 있는 7월을 꽉 차게 만들어 그에 따라 순서를 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마 최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도 황제의 권위를 보이기 위해 자신의 생일을 기념하려고 8월을 31일로 늘리면서 달력이 이상해진 것이다.

또한 서양력 달 이름을 보면 명명에 특별한 원칙이 없다.
7월(July)과 8월(August)은 사람 이름이고, 9월에서 12월은 7월에서 10월을 뜻하는 이름이 틀리게 붙여진 것이며, 1월에서 3월은 별 뜻없이 붙여진 이름이다. 다만 4월에서 6월까지가 비로서 자연 변화의 뜻을 담고 있다.



이러한 엉터리 달력에는 장점이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오차는 있지만 율리우스력이 1년의 길이를 근사치에 가깝게 정한 것처럼, 그 후신인 그레고리우스력은 더욱 그 오차를 줄여 놓았다. 그 정확도가 약 2천 년에 하루 정도 오차가 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오차가 근본적으로 일어나지 않게 하는 달력은 과연 없는 걸까? 정답은 없다.
아무리 정확한 달력을 만든다 해도 세월이 지나면 또 편차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 실제 1년의 길이조차 100년에 0.5초씩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데, 그것도 20세기 초에 와서 알게 되었다.